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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27. 2024

옷 벗는 소리

0899

눈이 내리면 나도 모르게 메리 크리스마스


솜이불로 온 세상을 덮은 아침 창밖 풍경은 오히려 따스하다 마음마저 밤새 곤히 잠든다 눈 내린 밤을 노래한 어느 시인처럼 여인의 옷 벗는 소리같이 내리는 설야를 베개 삼아 푹 잠든다 고마운 눈이다


적막하고 아득하다


형체마저 흰 옷으로 갈아입히고

소리마저 흰 막으로 틀어막는다


그것은 그리움을 호명하는 암묵의 의식이 된다


눈내리면 모르는 사람조차 그리워지는 체면에 걸려 하염없이 거리를 쏘다니고 눈을 뭉치고 흥얼거린다


멀리서 보면
꽃이지만

포근한
꽃송이지만
손이 닿으면
차가운 눈물이다

복효근 '겨울의 노래' 중에서


노천명 '첫눈' 시낭송



첫눈이 토록 화끈한 적이 얼마만인가


진눈깨비로 약만 올리다가 다이어리에 첫눈이라고 적기도 애매하고 카톡으로 오도방정떨기도 민망한


술먹고 쓴 연애편지처럼 당혹스런 첫눈이 기특하다


내년에는 올해의 첫눈처럼 쭈빗쭈빗않게 살아야지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중에서


첫눈 맞으며 오늘만큼은 아름다운 생각으로 살자

https://brunch.co.kr/@voice4u/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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