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암 / 김도영
혹이라 불렸을 때가 좋았더라
그냥 그대로 두고 살면 된다더라
걱정하지 말고 신경 쓰지 말고
나중에 커지면 머리 뚜껑 열어서
수술하면 되고 완치가 되느니
걱정하지 말아라
그 말만 들었을 때가 좋았더라
맘 편히 혹하나 갑자기 생겨 나와
괜스레 맘 쓰게 했다고 너털웃음 웃으며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찰라
그것은 암입니다.
악성으로 변질되면 좀 그렇지요…. 매년 자랄 테니 정기검진을 받으세요
현재는 수술할 단계는 아닙니다.
속없는 흰 가운 입은 양반
생각 없이 지껄인 그 한 글자에
한 사람은 주저앉게 되었네
그냥 암이란 말만 하지 말 것이지
아니면 내게만 살짝 귀띔만 해줄 것이지
사실을 환자에게 고해야만
책임이 면피 되는 것은 아닐 텐데
그 한 글자에 남은 인생을
암 환자로암환자로 살게 되었네
알든 모르든 별것 아니니 정기 검진만 받으라고만 했으면
그냥 일상으로 돌아와 살다가 잊고 살다가
정기 검진만 받고 살아도 문제가 없었는데…. 촌철살인의 종류도 가지가지
진실을 말한 것뿐이니 탓할 수도 없고
미리 방비를 못 한 것이 탓이겠지
사는 것은 그렇다더라
인생은 그렇다더라
그래서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겠지 ……. 망할 놈의 암……. 나도 고깃덩어리 어느 부위에
혹하나 달린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