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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KA Jan 02. 2023

I. 실낙원

7화

2부, 겟세마네 동산 (3)

정말 오랜만에 오는 사우나였다.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니 세상 근심 모두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잠시 지나온 날을 생각하며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 떠올려 보기 시작했다.


언 한 시간을 탕 속에서 있으며 많은 기억들을 되새길 수 있었다. 평상시 십 분도 채 탕 속에 못 있던 나였는데 이날은 깊은 사색에 잠겨 오래도록 탕 속에 머물 수 있었다.


그렇게 탕에서 나와 뜨거운 사우나실로 자리를 이동한다.


사우나실의 뜨거운 열기와 희뿌연 수증기가 순간 얼굴로 몰아닥친다. 급히 문을 닫으려 하는데 누군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게 보인다.


    '앗!' 하는 외마디 비명 속에 너무도 깜짝 놀랐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일단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이 지긋한 노인으로 보이는 분이 엎드려 있는 게 보인다.


    "어르신!, 어르신!" 다급한 마음에 어르신만 외쳐대며 그를 바로 눕혔다.


코에 손을 대보니 숨을 쉬고 있어 일단 밖으로 뛰어나가 바가지에 찬물을 한 바가지 담아 온다. 내가 두르고 있던 수건을 찬물에 적셔 노인의 얼굴 주변으로 닦아주기 시작했다.


마침 그때 사람이 들어오고 함께 노인을 사우나실 밖으로 들어 날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카운터로 가 119 구급대를 부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다시 돌아와 찬물로 온몸을 닦아 주면서 마사지를 해주기 시작했다.


한 십여 분 지났을까. 구급대가 도착할 무렵, 구급대원 중에 여성이 있다고 남성들은 모두 탈의실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일단 내가 할 건 다했다고 생각하고는 나도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그런데, 안에서 노인이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이 누군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병원에 가야 된다고 구급대원들은 설득했지만 노인은 괜찮다며 거듭 거절하고는 도와준 사람만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거의 옷을 다 입고서는 다시금 목욕탕 안으로 들어간다.


노인은 앉아서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난 근처로 가서 손을 잡고는 어디 사시냐, 지금은 괜찮냐, 모셔다 드릴까요 하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여러 가지를 묻는다.


고맙다고 노인은 몇 번을 얘기하고는 함께 탈의실로 나온다. 구급대원들도 병원에 갈 의지가 없는 걸 보았기에 그대로 철수한다.


얼마 안 돼 노인이 옷을 갈아입고는 음료수 한 병과 함께 명함을 하나 건네준다.


    "오늘 젊은이 아니었으면 난 바로 황철길  뻔했네. 하하하..." 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호탕한 웃음을 내뱉는다.


    "어르신 정말 괜찮으세요? 제가 모셔다 드릴까요?"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 죽음 이후로 누군가 내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본다는 건 너무도 끔찍했기에 사력을 다해 살기를 기원했을지도 모른다.


    "난 괜찮아, 그리고 집도 가까우니깐 걱정하지 말게나." 그렇게 말하고는 웃음 지으며 한마디 더 한다.

    "그 명한 전화로 전화 한번 줘. 내가 밥 한 번 살게. 생명의 은인이 자나. 하하하하.."

그렇게 또 노인은 호탕하게 웃는다.


    "네, 어르신 전화드릴게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조심히 들어가셔야 돼요!"


그날 집에 돌아와서는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


조금 전 그 일을 겪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빠지고 그대로 녹초가 되어 잠에 든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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