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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nnievo Feb 09. 2024

[환자공감] 암에 걸렸다.

암 환자 관찰기

수차례 입원 수속을 밟는 동안 보호자의 연락처에 대해 수도 없이 고민했으나 나는 결국 아무의 이름도 댈 수 없었다. 내 삶에 의혹을 품은 적이 없었는데, 아프고 나니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아파온다. 내가 세상을 잘못 살아서 이런 병에 걸린 걸까 생각하니 어쩐지 울적해졌다. 왜 하필 나에게, 왜 하필 지금일까.
나는 죽음이 두렵다. 적어도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통증은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진통제도 듣지 않는 통증에 이따금씩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그때마다 나의 죽음을 걱정하는 이는 나뿐인 현실이 나를 반긴다.
 
혈압이 요즘따라 미친 듯이 요동친다. 혈압이 50에서 150을 넘나드는 동안 몸이 나에게 경고한 증상은 그 어떤 것도 없었으니, 어쩌면 나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는 더욱 발버둥 치지만, 이는 내가 그토록 혐오하던 이들의 모습을 닮았다. 앙칼지고 예민하며, 집착적이다. 그러니 저 사람들이 나를 무엇이라 칭하는지는 얼굴만 봐도 훤하다. 나는 진상이다. 나를 보는 눈빛이 최소한 연민이나 공감 따위는 아님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삶에 끝자락에 선 지금에서야 온기를 원한다. 이 병실에서 내가 가장 심하게 아프니까, 나는 가진 것 없는 불쌍한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나를 제일 신경 썼으면 좋겠다. 숨이 꺼지는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는 손을 잡아주며 내 생존을 위해 기도해 줬으면 좋겠다.
 
내 몸이 예전 같지 않으니 뭔가 큰 병에 걸렸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 죽는 것은 아니다. 그새 치료가 잘 되어서 살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나를 정성껏 돌보는 것은 저들의 몫이다. 내 몸이 이끄는 대로 잘 관리만 해준다면 나는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저 사람에게는 내 몸을 맡길 수 없다. 저 이가 주사를 놓으면 항상 유난히 더 아팠다. 믿을 수가 없다. 뭔가 잘못하고 있거나, 실력이 없는 무지렁이인 것이 틀림없다. 이런 뒤떨어진 병원의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믿을 수가 없다. 이전 큰 병원에서의 기억에 따르면 저들의 행동은 전부 틀렸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날 가르치려 든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건방지게. 당신네들이 그렇게 잘 안다면 당장이라도 내 몸이 호전되는 것이 보였어야지. 그러나 나는 오늘도 한층 더 죽음에 가까워졌다.
개 같은 병원. 이딴 걸 치료라고, 이딴 곳도 병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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