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시기는 며느리도 몰라
2022년 9월, 대학교 4학년, 합격 통보를 받다.
2023년 2월, 졸업, 간호사 면허증을 받다.
2024년 10월, 입사를 하다.
임용고시를 치른 친구는 9월에 입사 예정이라고 했다.
확실한 거야?
9월 입사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해 10월에 입사하게 된 신규간호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물음이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정확히 9월에 발령을 받았다.
나는 입사가 수도 없이 밀렸다. 근데 사실 밀렸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정확한 시기를 통보받은 적이 없으니. 그러나 우리는 '밀렸다'라고 표현했다. 아무도 알려주질 않아서 우리끼리 추측하고, 그 시기에서 벗어나면 밀렸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상 예측이 비껴갔다는 것이 옳은 셈이다.
웨이팅게일들은 2주 전 입사를 통보받는다. 병원에 따라 한 번은 미룰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다음 달의 입사를 보장하진 않는다. 다시 TO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때 또 미룬다면 입사 의지가 없다고 간주된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 입사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나의 1년 8개월은 혼돈 그 자체였다.
경력이 없어도 뽑아준다는 병원들은 언제 관둘지도 모르는 신규만큼은 뽑지 않았고, 간호 밖의 세상에서는 이 시스템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도 1년 이상 일할 사람들을 원했고, 단기의 것들은 다시 경력이 문제였다.
입사 전 여행을 다니라는 선배들의 조언도 곧이곧대로 따를 수 없었다. 첫째로는 돈이 없었고, 둘째로는 여행 때문에 입사를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문제였다.
1년이 넘어가던 시점부터 어느 님들은 채용 취소를 통보받았더랬다. 작년에 뽑힌 사람을 입사시키면 올해 뽑은 사람이 입사를 못한단다. 어떤 곳은 PA*를 택하지 않으면 입사 취소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 PA : physician assistant. 의사(주로 인턴, 혹은 레지던트) 일을 하는 간호사를 뜻하며, 진료지원간호사 혹은 전담간호사 등으로 불린다.
원래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2023년 간호법으로 대중에게 알려졌고 2024년 간호법이 통과됨으로써 일단 PA간호사 자체는 합법화되었다.(당시엔 불법이었다)
나는 졸업 후 2년째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력은 없다.
이번 직장은 과연 경력이 될 수 있을까?
네 번째 병원, 여전히 신규 간호사로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