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집 앞마당에서 펼쳐진 작은 기적
"알래스카에서는 오로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겠다~"
가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부러운 듯이 말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한 번도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사는 곳이 알래스카 남쪽이어서 아마도 오로라는 알래스카 북쪽 어딘가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지난 3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한 번도 오로라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현지 친구가 내가 사는 캐치캔에서 오로라를 봤다고 사진을 보여주었다. 너무 멋지고 놀라웠다. 그냥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곳에서 오로라를 보려면, 날씨가 화창했던 날 밤, 깜깜한 산속에 특정 스팟에 가야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라도 오로라를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무섭기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귀찮고, 아이들만 집에 놔두고 가는 것도 힘들 것 같고... 다 핑계이긴 하지만 사실은 오로라를 보겠다는 간절함이 없었던 것이다. 그 친구는 오로라 앱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앱을 깔면 오로라가 보일 가능성이 높은 시간에 알림이 온다고 했다. 새벽에 깜깜한 곳으로 나갈 자신은 없었지만 일단 앱을 깔았다.
모처럼 날씨가 맑고 환했던 금요일, 갑자기 오로라 앱에서 알림이 왔다.
"오늘 밤에 오로라를 볼 수 있습니다."
알려주는 건 고마운데 칠흑 같은 밤에 차를 몰고 산속 어디론가 가야겠지... 아무래도 오로라를 보기는 힘들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밤, 9시 30분부터 오로라 관측이 가능하다고 앱에서 다시 알림이 오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한국에서 중요한 전화가 와서 통화를 마무리하고 나니 밤 11시가 다 되었다.
갑자기 현지 친구에게 오로라 봤냐는 연락이 왔다. 지금도 보이니 빨리 나가 보라고!
남편과 나는 얼른 외투를 걸치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내 눈 앞에 오로라가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경이로운 일이!!! 내 생에 첫 오로라를 우리 집에서 보다니!! 너무 놀라웠다.
얼른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오로라는, 마치 하늘이 필터를 씌운 듯 더 선명하고 화려했다.
오로라(aurora)는 '새벽'이란 뜻의 라틴어로, 1621년 프랑스의 과학자 피에르 가센디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명의 신 아우로라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태양에서 방출된 대전입자(플라스마)의 일부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집입하면서 공기분자와 반응하여 빛을 내는 현상이다.
원리를 알고 보아도, 내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과학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에스키모인들은 오로라를 "세상을 떠난 이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오로라는 "하늘이 내게 주는 축복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 일부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대표적인 오로라 명소로는 알래스카의 페어뱅크스, 캐나다의 옐로나이프, 노르웨이의 트롬쇠,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 등이 있다.
이곳들은 오로라 오벌이라 불리는 지역에 위치해 있어, 맑은 날씨라면 밤하늘에서 오로라를 관측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사람들이 평생 한 번은 오로라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이 집 앞마당에서 오로라를 보다니!
하늘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오로라를 보며, '하나님의 놀라운 작품'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도 나는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한다. 꼭 오로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날의 감동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른다.
오로라는 알래스카나 북극 가까운 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현상처럼 여겨지지만, 어쩌면 우리 삶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어느 날 문득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게 되는 놀라운 풍경들. 그것이 하늘 위 춤추는 빛이든, 우리가 살아가며 맞이하는 소소한 기적이든 말이다.
우리는 종종 삶에서 특별한 순간을 계획하고, 애써 찾아 나서지만, 정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오곤 한다. 그날 밤하늘이 나에게 선물한 오로라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살라’는 메시지였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생각한다. 오로라처럼 찰나의 순간에 스쳐 지나가더라도,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감사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이미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날 밤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은 오로라 때문에 너무 신나고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감사하다. 오로라 알림 앱 깔고 이렇게 바로 보다니!
다음에는 오로라 앱에서 알림이 올 때 용기 있게 차를 몰고 나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