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크루즈가 제일 먼저 도착하는 섬,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알래스카 리빌라기게도섬의 유일한 도시, 캐치캔이다.
알래스카 크루즈는 많은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에 오르는 대표적인 여행 중 하나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뜻한다. 이 표현은 'kick the bucket(세상을 떠나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래서 버킷 리스트는 인생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경험을 정리한 목록을 의미하게 되었다.
평생 한 번쯤은 경험하고 싶은 특별한 여정이기에, 크루즈에서 내리는 승객들의 표정은 설렘이 가득하다.
겨우내 문을 닫고 꽁꽁 얼어있던 상점들이 하나둘씩 다시 문을 열고, 크루즈에서 쏟아져 내린 관광객들로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다. 매월 4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이 작은 섬에는 거주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크루즈에서 쏟아져 내린다.
도대체 저 크루즈에 탄 사람들은 어떤 기대와 설렘으로 이 여행을 선택했을까? 혼자 상상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흥분과 기대감을 나도 느껴본다.
시애틀이나 밴쿠버에서 출발한 크루즈는 대개 밤을 새워 달리다가 아침이 되면 캐치캔에 도착한다. 배에서 내린 승객들은 관광 명소를 둘러보거나 다양한 투어를 즐긴 후, 오후나 저녁이 되면 다시 배에 승선해 다음 목적지로 떠난다. 유람선 내부에는 대연회장, 레스토랑, 바, 편의점, 극장, 사우나, 수영장은 물론 카지노까지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승객들은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알래스카 크루즈는 사람들의 꿈과 낭만을 싣고 캐치캔을 출발해 알래스카 주도인 주노(Juneau), 러시아풍의 흔적이 남아있는 싯카(Sitka), 골드러시 시대의 역사를 간직한 스캐그웨이(Skagway)로 '부웅부웅' 경적을 울리며 거대한 몸집을 알래스카 바다 위에 실어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인 알래스카 크루즈가 도착하는 섬에 살고 있지만
액티비티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 관광객들은 비싼 돈을 내고 그것을 즐기지만 나는 그 돈을 내고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관광객들을 잔뜩 실은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마음속으로 "좋은 시간 보내세요"라고 외치곤 했다.
그런데 3년 정도 살아보니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이제 이곳에 많이 적응된 것일까? 해보고 싶은 것들이 조금씩 생기면서 마치 내가 관광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지 신문에 광고가 올라왔다. 관광객들을 위한 여러 가지 액티비티 중에 'Lumberjack show'가 있는데 현지인들을 위해 5달러에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크루즈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왜 이런 행사를 그동안 몰랐을까? 역시 관심이 없으니 정보도 들리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했다. 첫째가 재미있었다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5달러라니! 너무 놀라운 가격이다. 돈으로 내든지 아니면 캔 음식 다섯 개를 들고 가면 된다고 한다. 평소에 캔 음식을 잘 사지 않기에 5달러를 낼 생각이다.
알래스카 캐치캔 럼버 잭쇼를 구글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나온다.
뛰어난 기술과 엄청난 힘을 보여주는 매혹적인 경쟁에 몰입하면서
스릴 넘치는 Alaskan Axe-tion을
경험해 보세요.
Great Alaskan Lumberjack show는
알래스카 남동부 유서 깊은 벌목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하며,
힘과 민첩성을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시연을 선보입니다.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쇼라고 한다.
lumberjack(럼버잭)이란 벌목꾼들이 작업복으로 입던 큰 체크무늬의 두꺼운 윗옷을 말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lumberjack이 벌목꾼을 칭하는 것으로 럼버잭쇼는 벌목꾼들이 다양한 경기를 펼쳐서 우승자를 가리는 쇼이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쇼, 입장료는 기본 43불(한화 6만원정도)부터 있다.
드디어 럼버잭쇼 관람이 있는 토요일, 첫째의 학교 친구 두 명을 데리고 같이 보러 갔다.
두 개의 관중석이 있었는데 좌측은 미국, 우측은 캐나다를 응원하는 자리이다.
어디에 가야 할지 몰라 서성거리고 있으니 첫째의 친구가 캐나다로 가서 응원하고 싶다고 제일 끝자리에 가서 앉았다.
제일 끝쪽이라 사진 스팟이 완벽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담았다.
세계 최고의 벌목꾼들이 벌이는 도끼 던지기, 나무 쪼개기, 톱질하기, 계주, 50피트 높이 통나무 올라가기, 통나무 굴리기 등 여러 가지를 선보였다.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이긴 팀이 무슨 카드 같은 걸 가지고 자기 팀의 관중석으로 뛰어가서 주는데, 옆에서 그걸 받고 싶어서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지...
결국 한 번도 못 받은 첫째의 친구 홀리, 조금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 했다.
관중들의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소리치며 스트레스 풀기에 딱 좋은 듯하다.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쇼다.
잠시나마 이곳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엿보는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꼭 중앙에 앉아서 함성을 질러야겠다.
마지막에 아이들 인증숏! 즐거웠던 1일 관광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