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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Nov 14. 2024

노예는 사라지지 않았다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

오늘 소개하고 싶은 칸느영화제 수상 작품은 '슬픔의 삼각형'입니다. 너무 충격적이고 재미있어서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보시고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스포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셔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꼭 챙겨보셨으면 합니다.

-75회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2022년)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헤리스 딕킨슨 주연  

   

1부 야야     


모델 오디션이 진행되고 패션쇼가 이어진다. 주제는 ‘모두 평등하라. 행동하라. 사랑하라’

야야와 남자친구 칼은 계산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인다. 오늘도 내가 내야 하냐고 기분 상해하는 칼. 그런 거 아니라고 기분 나빠하는 야야. 엘리베이터 안에서 격렬히 싸우고 택시 안에서도 말다툼을 한다.  

   

야야: 돈 얘기는 섹시하지 않아

칼: 네 메뉴에는 가격이 적혀있지도 않는걸. 여자들 통틀어 말이야

   우리 관계에 역할이 나눠지는 게 싫어. 성적 관념에 빠지지 말고 평등해지자. 이용당하는     거 같애.

야야: 내가 너를 이용하는 거 같다구?     


2부 요트     

폴라: “그들이 원하는 게 불법 약물이든 유니콘이든 ‘Yes’라고 말해. 우리에겐 돈이 주어지잖아” 

    

폴라는 손님들이 무엇을 요구하든 비위를 맞추라며 전체 직원들에게 정신교육을 시킨다.  선장은 위급한 상황이 와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러시아 부인은 남편의 애인과 함께 왔다. 무료한지 갑자기 여직원에게 수영을 하라고 한다. 혼자 하는 것이 이상하면 모든 직원이 나와서 함께 하라고 한다. 결국 모든 직원이 나와서 억지로 슬라이드도 타고 수영도 한다. 웃기고 슬픈 상황이다.   

  

이 배에는 돛이 없는데 한 손님은 계속 돛이 더럽다고 지적한다. 풍랑 속에서 배는 심하게 흔들리고 식사 중이던 손님들은 여기저기 토하며 지옥을 경험한다. 더 거센 파도가 배를 요동치게 만든다. 음식이고 뭐고 손님들은 모두 객실로 들어가 변기를 부여잡고 사투를 벌인다.   

  

그 와중에 선장은 러시아 사업가와 술내기를 하며 인사불성으로 취해 마이크에 대고 떠든다.  ‘세금을 내라고!. 풍요 속에서 헤엄칠 때 세계는 빈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지배계급이 전쟁을 선포하면 피지배계급이 나가서 싸운다’라고 지껄여댄다.   

  

선장과 러시아 사업가가 만취된 상태에서 선내 방송 마이크에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생각을 쏟아부을 때 영화의 메시지는 명확하게 전달된다. 부의 피라미드. 맨 위 꼭대기에 있는 부자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슬픈 삼각형.


3부 섬     


지나가던 해적이 던진 수류탄이 폭발해 배는 침몰하고 몇 명만 살아남아 섬에 표류한다. 믿지 못할 광경들이 펼쳐진다. 청소부이던 에비게일이 불을 지피고 생선을 잡아 배고픔을 면한다. 청소원이었던 에비게일과 밤을 보내는 칼.      


에비게일은 문어를 잡아 한 조각씩 나눠주며 자신을 선장이라고 부르라고 강요한다. 굶으면 죽으니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선장이라 부른다. 권력을 이용해 잘생긴 모델 칼과 구조함에서 함께 잔다. 그 대가로 칼은 프레츨 한 봉지를 받아 나오고, 애인인 야야와 나눠먹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냐고 말하지만 야야는 애인에게 대놓고 욕을 한다. 극한 상황에서 하는 결정은 비난받을 일인가? 그렇지 않은가? 에비게일의 명령을 거절하면 칼은 아무 음식도 못 먹고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어느 날 섬을 둘러보자고 떠난 에비게일과 야야. 야야가 리조트를 발견한다. ‘돌아가면 내 비서해요’하고 기뻐하며 말한다. 잠깐 볼일을 봐야겠다며 뒤로 간 에비게일, 바다를 바라보는 야야의 뒤에 선다.       


이제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굳게 믿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야야. 원래대로라면 당신은 나의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속내를 드러낸다. 끝까지 자신이 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이 역겨웠을까? 에비게일의 얼굴은 분노와 절망으로 섬뜩하게 변하고 야야 뒤에서 돌을 위로 힘껏 들어 올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칼은 키 큰 나뭇가지에 긁혀가며 격하게 달려간다. 그만큼 격렬하고 역동적이며 불안한 음악이 흐른다. 왜 칼은 미친 듯이 질주했을까?      




메시지는 명확하다. 돈으로 지배하는 사람들과 돈에 의해 지배받는 사람들.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고 배 위 직원들에게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부자들, 부인과 애인을 함께 데려온 러시아 사업가, 배가 어떻게 되든, 승객이 고통스러워하든 말든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는 선장. 아수라장,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배 위의 재난을 이보다 더 극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가 있었던가? 

     

에비게일은 야야를 돌로 내리쳤을까? 살려두고 함께 리조트로 들어갔을까? 칼의 선택은 또 어떤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야야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동침한 선택은 옳은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슬픈 삼각형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사치와 소비를 일삼는 일부 부자들과 달리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많은 문제와 숙제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장르가 코미디로 분류되어 부담 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뒤통수를 세게 얻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세상의 부조리와 불평등을 세련되게 함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몰입도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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