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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Oct 31. 2024

부당한 일에 맞서 싸우기
<The Hunt>

-제 65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2012년)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 매즈 미켈슨 주연     


루카스: 클라라! 나 좀 보자. 코트 주머니에 선물을 넣었더구나. 남자애한테 주려무나

클라라: 내가 넣은 거 아니에요

루카스: 여기에 ‘클라라’라고 써있던데?

클라라: 누가 장난 쳤나 보죠.

루카스: 알았다. 그럼 엄마한테 주던가.    

 

유치원교사인 루카스는 전처와 이혼하고 아들과 살길 바라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몸을 바쳐 아빠처럼 재미있게 놀아준다. 어느 날 클라라가 이상한 말을 했다고 원장이 부른다. 선생님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보았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집에서 쉬라고 하지만 루카스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유치원 원장은 성폭력상담사를 불러 클라라를 상담하고, 아이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해 학부모와 경찰에 연락한다. 아들이 오랜만에 아빠를 보러 온 날 루카스는 체포되어 경찰서에 끌려간다.

      

루카스는 성추행범으로 마을 전체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마트에도 갈 수 없다. 집단적 *확증편향이 온 마을에 퍼져 유치원에서 해고당하고 동네에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제일 친한 친구 테오의 딸 클라라의 말 몇 마디가 루카스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다. 어느 날 아들이랑 부엌에서 얘기하는데 커다란 돌이 유리창을 깨고 집안으로 날아 들어온다. 난데없는 봉변이다.      


나가보니 키우던 루카스의 반려견, 패니가 죽은 상태로 비닐 안에 담겨 있다. 자신의 몸이 훼손된 것처럼 루카스는 무너진다. 비 오는 날 마당에 땅을 파고 패니를 묻어준다. 이제 마을 사람 전체가 그를 의심한다. 크리스마스날 루카스는 성당에 술을 먹고 들어간다. 그리고 테오를 향해 외친다. “날 봐, 안 보여? 아무것도 없어. 이제 그만 괴롭혀, 날 내버려 두라고” 하며 테오에게 연타로 주먹을 날린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피해 사례가 있는지 알아보던 중 이상한 사실이 밝혀진다. 아이들이 일제히 선생님 집 지하실의 벽지나 소파 색깔을 얘기하는데 알고 보니 루카스의 집에는 지하실이 없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아이들은 순수하고 대부분 진실을 말한다’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반화가 한 사람을 집단으로 몰아가 마녀사냥 할 수 있다. 혐의를 벗고 다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사냥을 나간 어느 겨울 날 그에게 총구가 겨눠진다. 그를 비껴 가 나무에 총알이 박힌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밝은 아침 햇살에 가려져 누가 총을 쏘았는지 보이지 않는다. 누구일까? 

    

클라라의 오빠가 중학생인데 친구와 함께 야한 사진을 본다. 남자의 은밀한 부분 사진을 보다가 어린 유치원생인 클라라에게 장난스럽게 보여준다. 그 이후 클라라는 유치원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거리에 있는 보도 블럭의 선을 밟지 못하는 클라라. 선이 무서워 길을 걷지도 못하는 클라라를 유치원교사인 루카스는 집을 오가며 도와주었다. 클라라는 선생님을 좋아하고 비즈로 하트를 만들어 준다. 선생님은 그걸 발견하고 남자친구에게 주라고 했고 클라라는 거짓말을 한다. 내가 넣은 것이 아니라고, 누가 장난친 거라고.     


겨우 유치원생인 주인공 아역배우 클라라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표정의 변화가 압권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자신이 만든 하트를 받아주지 않았을 때 얼굴에 나타난 실망감. 자존심이 상해 자기가 넣은 것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둘러댈 때의 교묘한 표정까지.   

  

어린 딸의 말을 믿고 가장 친한 친구 루카스를 멀리한 테오. 나중에 클라라가 “선생님은 아무 잘못 없어, 내가 거짓말 한거야”라고 반복하자 테오는 루카스의 잘못 여부에 대해 생각해본다. 한 사람이 여러 명의 거짓말로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거짓말의 주인공은 아이이기 때문에 더 혼란에 빠진 것이다. 아이들이 꼭 진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클라라 오빠가 보여준 어른의 은밀한 부위 사진이 어린 여자아이 클라라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친절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루카스 선생님이 자신이 만든 하트를 받아주지 않자 머릿속에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클라라는 거짓말을 한다. 

     



한 사람의 거짓말과 그 거짓말에 무게를 둔 사람들의 집단 따돌림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아무리 결백하다고 주장해도 그 진실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마녀사냥을 당한 루카스가 실제로 사냥을 나가는 장면은 의미가 있다. 진짜 범인이 가짜 범인을 쏜 것이다.   

   

알리바이가 형성되지 않아 겨우 누명을 벗은 루카스는 진범에 의해 살해당할 수도 있었다. 사냥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 사람을 겨눌 수도, 그가 죽을 수도 있지만 잘못 쏜 것이라고, 그 뒤에 사슴이 지나가는 줄 알았다고 거짓말할 수도 있다. 막무가내로 퍼부어지는 따돌림과 마녀사냥을 비껴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루카스는 절규하듯이 교회에서 외친다.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아이의 아빠를 돌아본다. 너희들의 행동은 나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듯 쏘아본다. 굴복하지 않고 행동한다. 또 그래야만 한다. 왜냐면 루카스는 잘못이 없으니까.    

  


**모욕이 완성되는 것은 내가 그 모욕의 내용을 인정할 때다. 내가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나를 모욕할 수 없다. 그런 각오로 세상의 폭풍우와 싸울 수 있는 뚝심이 필요하다. 그것이 너무 어렵다면 이것만이라도 기억하자. 나의 인생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쉽게 무너질 정도로 엉성한 건축물이 아니라는 것을. 나를 모욕하는 사람은 말 한마디로 나를 붕괴시키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삶은 매일매일의 내 노력과 정성이 깃든 것이 아닌가.     


*확증편향: 자신의 가치관,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     

**출처: 『감수성 수업』 정여울. 김영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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