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식어가는 석양,
바람 끝에 눌러앉은 서늘한 냄새
아스팔트 위에 고여 있던 열기가
슬그머니 흩어지고,
논두렁 사이, 들풀 위로
은빛 벌레 소리가 번져간다
초록이 남아 있는 잎맥 사이로
노란빛이 스며드는 순간,
하늘은 어느새 얇은 파랑을 벗고
투명한 유리빛으로 비워진다
여름은 아직 떠나지 않았지만
가을은 이미 들어와 있다
사이, 그 모호한 틈새에
나는 발을 멈추고,
계절의 두 얼굴을 바라본다
말이란 나름의 귀소본능을 가진다. 들어야 마음을 얻고,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고 했다. 말은 마음의 소리이고, 큰 말에는 힘이 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에 품격이 들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