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언제나
조용히 찾아와 마음을 흔들고,
떠날 때는 더 깊은 그리움을 남겨두고 갑니다
그대와 내가 처음 마주한 날도,
바람이 황금빛 들녘을 스쳐가던 가을이었습니다
햇살은 따스했으나 길게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처음 알아보았지요
시간은 그렇게 흘러,
나무는 잎을 떨구고
길 위에는 수많은 낙엽이 쌓여 갔습니다
우리는 그 길을 함께 걸으며
낙엽 밟는 소리를 우리의 웃음처럼 나누었고,
서늘한 바람 속에서도 손끝이 닿으면
세상은 온통 따뜻하게 빛나던 계절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절은 머무르지 않고,
사랑 또한 언제나 계절의 길 위를 걷듯
이별의 그림자를 품고 있었습니다
가을은 붉게 물든 단풍을 남기고
어느새 서늘한 겨울의 문턱으로 물러났고,
그대 또한 조용히 떠나가 버렸습니다
나는 남겨진 길 위에서
가을이 흘려보낸 시간을 되짚으며,
그대의 이름을 부르면
낙엽처럼 바람에 흩어지는 메아리만 돌아옵니다
그럼에도 나는 압니다
가을이 남기고 간 사랑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내 마음 깊숙이 새겨진
변치 않는 문양이라는 것을
눈이 내려도, 꽃이 피어도,
그 문양은 지워지지 않고
또 다른 가을이 돌아올 때마다
더 또렷하게 나를 부르겠지요
가을이 남기고 간 사랑,
그것은 끝난 것이 아니라
영원히 내 안에서 살아 있는
한 계절의 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