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도담 박용운

by 도담 박용운


말보다 큰 침묵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서두르지 않는 흰 마음들이

서로의 어깨를 덮으며

이름 없는 온기를 만든다


길 위의 발자국도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잊고


지붕과 나뭇가지,

지친 하루의 굴곡까지

모두 같은 얼굴로 바꾸는 동안

나는 알게 된다


세상은 가끔

이렇게 아무 죄도 묻지 않고

다시 시작하게 해 준다는 것을


함박눈이

오늘을 지운다

내일이 쉽게 아프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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