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이름

여하튼 두부는 희망이다

by 도담 박용운

조그만 좌판에 들풀 같은 여인이 두부처럼 단정히 앉아서

소심하게 한나절 보낸다, 오늘 좀 벌었냐고 묻자

두부 팔아 두부만큼만 번다고, 두부처럼 수줍게 웃는다

괜한 걸 물었나 보다 좀 미안해하면서,

나는 주변을 서성이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더 많이 벌지 않을까, 속물적 근성이 발동되어 쉽게 떠나질 못했다


여하튼 두부는 희망이다

세상에 죄지은 자들은 희망처럼 기다리는 그것이 두부이다

세상에는 들킨 죄인과 안 들킨 죄인이 가득하고

눈만 뜨면 죄짓는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끔은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이들처럼 두부를 먹으며 새 출발을 다짐해 본다

온종일 두부를 바라보면 나도 두부처럼 온유해질 수 있을까?


단정한 두부는 어릴 적 짝사랑 뒷집 누나 얼굴 같기도 하고

단단한 두부는 한 번도 자기 아픔을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아버지의 등 같기도 하고,

담백한 두부는 이제는 다 주고 산책길 나선 은퇴한 목사님 같다

속살마저 하얀 두부는 세상에 없는 첫사랑 같다


두부는 독특한 맛으로 입안을 사로잡고

온갖 육해공 음식과도 잘 어울리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허함으로

다른 음식들조차 두부를 극진하게 껴안는다

식탁 위에 주연 같은 조연이다

오래된 조연은 존경을 받는 법이다

BC 2세기부터 사람들의 입속에서 묵직한 신뢰가 돼 새 김해 온

두부의 치명적인 힘은 부드러움에 있다

부드러움의 다른 이름은 행복이다

순두부, 연두부, 찐 두부, 조림 두부, 볶은 두부는

그 행복의 형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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