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조용한 기록 :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방법

by 김명복

1. 문득 시작된 글쓰기

어느 날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비를 보며 느꼈던 감정, 안동댐까지 걷던 길에서 산과 강,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가졌던 감정들도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5월의 아침. 하루가 시작되기 전, 나는 노트북을 열고 쓰기 시작했다. 무엇을 쓸지 몰라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도, 그냥 ‘쓴다’는 마음 하나로.

오늘 한 편의 글은 일기일지 모르지만, 이 기록들이 모이면 이야기가 되고, 언젠가 책이 될지도 모른다. 나조차도 모르는 내 글의 운명. 하지만 그걸 알기 위해서라도 나는 계속 써야 한다. 꿈이 이루어질지 아닐지는 결국 내가 직접 살아보고, 해봐야만 알 수 있는 일이니까.

2. 창작은 불안과 모호함을 동반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그리면서 알게 된다. 작가는 쓰면서 알게 된다. 창작은 늘 모호함과 불안을 동반하는 여정이다. 그 불확실함을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작은 분기점에 도달하고, 자신이 걸어온 흔적을 되돌아보며 조금씩 답을 얻는다. 결국 필요한 것은 하나, 꾸준함이다.

3. 숫자가 아닌 ‘느낌’으로 세상을 보다

세상을 숫자로 보는 사람은 많다. 데이터, 성과, 목표. 모든 걸 체계화하고 법칙 화한다. 그래서 통제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런 사람은 마음이 딱딱하다. 나이가 아니라, 굳은 마음이 꼰대를 만든다. 반대로 말랑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세상을 느낌으로 본다. 떠오르는 태양에서 에너지를 얻고, 지는 노을에 아련함을 느낀다. 성공 대신 의미를 찾고, 결과 대신 과정을 소중히 여긴다. 공감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4. 내 안의 빛을 바라보다

나는 생각했다. 내 마음에도 작은 불빛 하나 새겨 넣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여정이 벌써 수년째다. 여전히 그 불빛이 내 안에 스며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전처럼 맹목적으로 전구만 쫓아다니진 않는다. 이제는 내 주변의 빛도 본다. 가족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연인, 친구, 반려견, 꽃 한 송이, 책 한 권일 수도 있다. 그 존재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더 이상 어두움 속에 있지 않다.

5. 고통을 대하는 두 가지 방식

어떤 아픔은 배고픔처럼 채워야 하고, 어떤 아픔은 배탈처럼 피해야 한다. 삶은 그렇게, 더 적은 고통을 선택하며 흘러간다. 그래서 우리는 편안함과 쉬움을 추구한다.

하지만 “당신은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에 선뜻 “예”라고 답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사람을 주변에 두었다면 행운이다. 빛은 스스로를 밝히기도 하지만, 주변도 비춘다.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 빛에 끌린다. 마치 하루살이가 전구의 불빛에 이끌리듯.

6. 나만의 도서관을 짓는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는 교도소의 무료함을 이겨내기 위해 도서관을 만들었다. 선택은 단 하나였다. "바쁘게 살던가, 바쁘게 죽던가." 나 역시 고요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걷고, 읽고, 쓰고, 관찰한다. 나만의 ‘도서관’을 짓는 셈이다.

7. 반려 취미, 반려 공간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나에겐 반려 취미, 반려 공간들이 있다. 카페, 도서관, 공원길, 익숙한 벤치. 언제나 나와 함께해 주는 존재들이다. 내 마음이 힘들 땐, 그들과 시간을 보낸다. 아름답다는 건 어쩌면 그런 소소한 순간들의 총합 아닐까.

8. 사진으로 내 마음을 읽다

나는 내가 무엇을 보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다. 특별한 장면이 아니라도 괜찮다. 하늘, 나무, 밥 한 그릇, 내 얼굴. 하루의 감정들이 사진에 담긴다. 사진이 많은 날은 호기심이 많았던 날이다. 기분이 좋고, 세상에 관심이 생겼던 날. 반면 사진이 거의 없는 날은 마음이 닫혀 있었던 날이다. 그래서 기록한다. 사진으로, 글로. 내가 본 세상이 어떤 색이었는지, 내 마음이 어떤 온도였는지를.

9. 감사 일기, 조용한 감정의 연습

감사 일기란, 결국 그런 것이다. ‘좋은 일을 억지로 찾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사소한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연습’이다. 숫자가 아니라 느낌으로 세상을 볼 때, 하루는 비로소 선물처럼 느껴진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내 마음을 부드럽게 돌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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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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