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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연 Nov 25. 2024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세상이 참 힘들지요. 하루는 모든 일이 잘 풀리더라도 어떤 하루는 그렇지 않아요. 저는 후자인 하루들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요, 그럴 때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원망스럽더라고요. 이 글은 저의 유서 같은 글이 될 것 같아요. 왜냐면 저도 여러분들처럼 행복하고 싶거든요. 아무런 걱정 없이 모든 게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축복이라고 느끼고 싶거든요. 그래서 이 글을 써요. 여러분들도, 그리고 저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실 행복을 믿지 않아요.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 누군가가 그걸 알고는 '너 그러면 안돼!!'라고 하면서 좋지 않은 일을 끼얹어주거든요. 참 신기하지요. 인생이라는 것이 저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느껴지고, 영화 <트루먼 쇼>처럼 사람들이 저를 다 지켜보면서 제 인생이 새드엔딩으로 마무리되도록 각본을 짜는 것만 같아요. 하루종일 기분이 좋고 좋은 일을 가득 담은 풍선에 날 매달아 두고 신나 할 때쯤 누군가가 내 풍선 쪽으로 나쁜 일을 던져서 아무것도 없는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행복을 멀리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행복이 오지 않는다면, 내가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면 분명 좌절할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죠. 친구들은 그렇게 하면 너에게 오는 행복이 슬퍼할 거라고, 순간의 행복을 즐겨야 좌절을 극복할 힘이 생긴다고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저는 행복을 즐길 힘도 좌절을 이겨낼 힘도 이제 남아있지 않거든요.

얘기를 더 하기 전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저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5년 차 환자이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삶을 달리기도, 또 걷기도, 잠시 좌절하며 쉬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물론 부정적인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긴 하지만, 이겨냄을 쌓으면서 점차 행복을 즐길 수 있게 저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이 글을 읽으면 처음에는 부정적이고, 끝도 없이 내려가는 자존감의 형태를 보실 수 있겠지만, 아마 조금씩 나아지는 형태도 보실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모두들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주말 오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센스에 불을 붙인다. 조금씩 타오르고 끝까지 버티다 결국 떨어지는 재들은 연기로 변해서 바람에 날려 어딘가로 흘러간다. 어째서 같은 바람인데도, 각기 다른 모양으로 날아갈까 문득 궁금해졌다. 물론 해답은 찾기 싫었다. 그렇게 이유를 알아버리면 내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질문이 사라지는 거니까.

나는 늘 궁금했었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게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그토록 갈망하고 원하는지 그래서 궁금했었다. 순간적으로 행복을 느끼긴 하지만 지속적인 행복을 느낀 적이 없기에 지속적인 행복에 대해서 계속해서 궁금했다. 사랑, 우정, 부유한 환경… 등이 행복일까. 바람에 날아가는 연기처럼 행복의 모습은 다 다른 걸까. 만약 행복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 나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라고 홀로 다짐한다.


늘 생각해 왔다. 행복은 날 불안하게 한다고, 그렇기에 나는 행복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삶이 우울했다. 어떠한 의지도 피어오르지 않았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건 멀고도 험한 길이라 쉽게 오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매일 밤을 울면서 보냈고, 그러다가 눈이 눈물에 적셔서 무거워질 때쯤 지쳐서 잠이 들었다. 아침마다 얼굴을 부어있었고 입술은 메말라 있었다. 몸이 아픈 것보다 정신이 아픈 것이 더 싫었다. 물론 둘 다 괴롭고 힘든 것이겠지만, 몸은 어디가 아픈지 알고 진찰을 받고 약을 먹으면 되는 것이지만 정신이 아픈 채로 병원을 가서 진찰을 받게 되면 나의 아픔을 내 입으로 직접 꺼내야 하고, 잘못하다 길어지면 내 치부를 모두 처음 보는 타인에게 말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게 되기에 병원을 가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언젠가부터 감정을 숨기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다. 감정적으로 살지 않기로 다짐하긴 했지만, 가끔은 스스로에게도 감정을 숨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밤에는 우울감에 사로잡혀 방에 불을 꺼놓고 홀로 켜져 있는 향초를 바라볼 때면 이유 모를 슬픔에 잠긴다. 딱히 촛불이 슬퍼 보인다거나 하는 그런 감상적인 느낌이 아닌 모두가 혼자이구나 하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은 홀로 태어나서 홀로 죽는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사실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언젠가는 상처를 받고 좌절을 하고 울면서 며칠 밤을 보낼 나라는 것을 잘 알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를 보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나 스스로도 내 자신이 참 답답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모르겠다.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고 다가오는 행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내가 가장 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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