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감정(ambivalence)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감정적 모순

by Ubermensch


양가감정(ambivalence)이란 하나의 대상, 상황, 사람에 대해 모순되는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애정과 증오, 기쁨과 슬픔, 기대와 두려움 따위가 양립하게 되며 그 감정을 느끼는 스스로조차 왜 그런지 이성적으로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양가감정이 생기는 원인은 아래의 몇 가지 경우로 꼽아 볼 수 있겠다.

대상 자체가 가지는 복합성 때문에.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나에게 주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동시에 존재해서 마냥 좋아할 수도 없고, 아예 놓아버리지도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 하나는 관계의 역사에 있다. 과거에는 긍정적이었지만 현재는 어떤 계기로 그 관계가 전과 같지 못할 때, 한편으로는 과거가 그리워 애정이 여전하면서도 그렇지 못한 현재 상황에 대한 원망이 상대에게 전가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치관의 갈등이 있다. 신념과 감정이 부딪히는 경우가 그렇다. 인간관계에는 어떤 선이 있는데, 그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윤리와 넘나들고 싶은 충동 사이의 갈등에서 우리는 양가감정을 마주한다.


한 종류의 감정은 단순하다. 사랑, 슬픔, 기쁨, 절망 이런 감정이 개별로 찾아오면 깊이와 파동의 차이만 감당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모순된 감정이 양립하는 순간 우리의 혼란은 급격히 가중된다. 상대에게 그 혼란을 투사해서 관계를 망쳐버리거나, 모든 통로를 차단하고 회피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후회에 잠긴다.


하지만 이런 혼란은 인간이기에 느끼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고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관계가 명료하고 심플할 수 있다면 참 편하겠다. 다만 보통의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모습은 대체로 그렇지 않으니까, 이 양가성에 익숙해지며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모순을 해석하고 정리하는 방법을 익혀내야 한다.


몸이 자라고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 현명한 진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아직도 헤아릴 게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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