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쓰레기 콜렉터

무쓸모의 쓸모

by Ubermensch



예쁜 여자에게, 잘생긴 남자에게 시선이 간다. 아름다운 대상에 매혹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나이가 들고 사회에 적응하면서 우리는 이 본성을 어느 정도 희석한다. 아름다움 그 자체보다는 보다 다양한 현실적인 요소들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그게 타당한 관점이라 믿는다. 일리는 있다. 하지만 미(美) 그 자체가 가지는 본질적이고도 순수한 가치를 폄하하고 싶지 않다.


꽃을 예쁜 쓰레기라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화려하고 풍성하게 만개한 순간은 잠깐이고 이내 시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꽃다발을 손에 든 연인의 빛나는 눈과 그걸 건네받아 품에 안는 순간의 향기로운 충만함이라면, 그게 찰나일지라도 오랫동안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관광지에서 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비싸기만 한 아기자기한 소품샵도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뭔가 작고 반짝이고 영롱한 색조로 칠해져 있으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한두 개씩 사서 한 번도 착용한 없는 팔찌, 책갈피, 목걸이, 피규어, 장식품 같은 것들이 그 시절의 추억과 함께 내 책상이나 화장대 서랍에 한가득 쌓여 있다. 그런 것들을 사람들은 예쁜 쓰레기라 칭한다.


실용주의자들은 형이상학자, 미학자,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배부른 소리라거나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당장 눈앞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문학도 출신이어서 그런지, 내 생각의 나래는 뜬구름 사이를 헤엄치기를 좋아한다.


뜬구름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나는 손 모델을 했을 만큼 길고 가느다랗고 하얗고 예쁜 손을 가졌는데, 친한 선배님 말에 의하면 내 손은 오로지 관상용이며 딱히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손이라고 한다. 그 예쁜 손은 수시로 뭔가를 놓치고 쏟고 엎지르고 부딪혀서 손의 본 역할과 기능에 영 서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있어야 할 부위에 잘 붙어 있고 보기에 좋기 때문에 나는 내 손을 아낀다. 예쁜 것에 꼭 효용이나 쓸모라는 척도를 달아 평가해야 하는 걸까?


생일이나 승진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가까운 사람들은 선물을 준다. 내가 선호하지 않는 선물은 먹는 것. 가장 선호하는 선물은 별 쓸모없는 예쁜 거다. 선물이란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하며 고른 마음의 표시인데, 그걸 먹거나 사용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쉽고, 오랫동안 간직하며 준 사람의 마음과 정성을 떠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들이 비록 딱히 쓸모가 없을지라도 이 팍팍하고 고단한 세상에 단지 그 존재만으로 작은 반짝임과 향기를 남겨준다면, 나는 그로써 충분한 의미가 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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