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굶주린 가짜 배고픔
감정적 허기(Emotional Hunger)란 배가 고픈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음식이 아니라 감정·관계·정서적 충족이 필요한 상태를 몸이 착각해서 음식으로 그 공허를 채우게 되는 가짜 배고픔을 뜻한다. 주로 불안, 외로움, 지루함, 공허함 같은 감정을 다른 자극으로 채우려 할 때 나타난다고 한다.
빼곡한 일과를 마치고 뭘 더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혼자 남겨진 밤에 주로 그렇다. 술에 취했을 때, 평소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던 단 음식을 입안 가득 채우고 배가 부르다 못해 목 끝까지 음식이 쌓인 게 느껴져도, 뭔가를 더 채워 넣고 싶은 갈망이 들 때가 있다. 그건 분명 신체의 허기가 아닌 정서의 허기다.
인간은 모순적이게도 타인에게 빈번하게 상처받고 사회적 관계가 쉽지 않으면서도 막상 혼자서는 충만함을 느끼기가 어렵다. 가장 즉각적이고도 손쉽게 느낄 수 있는 종류의 충만이란, 음식을 섭취해서 얻는 포만감일 것이다.
이건 현실의 문제를 순간적으로 도피하고 고통을 마비시킨 채 쾌감을 느끼는 술이나 마약과 큰 차이가 없다. 폭식의 순간 잠시동안 뭔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지라도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도, 진짜 충족이 될 수도 없다. 다음날 구역질과 함께 몰려오는 숙취처럼, 속이 울렁이며 자괴감만 남는다.
정서의 공허인 줄도 모르고, 나는 지금 배가 고픈 것 같아. 착각하며 음식을 찾도록 지시하는 뇌의 생존 방식이 안쓰럽기도 하다. 빈 곳에 뭐라도 채워 넣으려는 그 본능이.
우리는 살찐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사실은 그저 마음이 많이 고팠던 것일 수도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