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 대처하는 방법

소중한 대상을 잃는 순간 우리는

by Ubermensch



상실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있을까?


모른다. 도무지 모르겠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예기치 못한 상실의 순간이 오면 버려진 아이처럼 엉엉 울음이 터질 뿐이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상실을 경험한다. 연인과의 이별,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의지하던 대상과의 단절 등. 어떤 형태이든 마음을 쓰던 대상을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대개 준비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아서, 그 충격은 관계의 깊이에 비례하여 무겁게 몰아친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떠나는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고, 남겨지는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남겨지는 쪽이 더 힘들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쪽이다. 그리고 보통 이 경우는 관계에서 주로 받고 의지한 쪽이다. 떠나는 사람인데 힘든 경우는, 주로 베풀고 보살핀 쪽이기에 어떤 책임감, 무력감, 죄책감 등의 무게로 인해 발걸음을 떼기 힘들다.


누구에게나 이별의 순간은 녹록지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사가 쌓인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색을 입힌 한 시절의 풍경을 만들었으니까. 다음 챕터로 나아간다는 건, 이전의 챕터를 종료한 채 과거로 남겨두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건 한 뼘의 성장이기도 하고 동시에 큰 규모의 상실이기도 하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서로의 세상에서 어렵게 빠져나갔다고 해서, 그간 함께한 시간이 없었던 일이 되거나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흔적이 남는다. 이별의 과정이 쓰라렸기에 차라리 함께였던 시간의 온기를 몰랐던 게 좋았겠다는 투정을 부려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상실의 순간이 그토록 가슴 아프고 눈물겨운 건, 상대가 그만큼 내게 따뜻했고 커다랗고 듬직한 존재가 되어줬었다는 사실을 반증함을 안다.


조금 더 어른스러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못난 모습과 후회스러운 말들만 남아 맴돌아서, 남겨진 마음이 복작복작 괴롭다. 함께한 시간 이상의 애도 과정이 필요할 듯하다.

keyword
Ubermensch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1,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