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운동을 해보니까

무작정 부딪혀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한 운동 초보의 기록

by Dodam Byul



공익광고를 소개한 적이 있다. 횡단보도의 시간이 누군가에겐 길게 느껴지고,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짧은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을 몇 년 전 마트에서 장을 보고 차를 운전하고 오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별생각 없이 무시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가 숨이 막힐듯한 고통을 느끼고 병원으로 향한 적이 있다. 그때 걸어서 가는 동안 횡단보도의 초 변화가 굉장히 야속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나는 그날의 고통을 2주간의 통원치료와 함께 잊어버렸다. 분명 그렇게 고통스러웠는데, 다시 괜찮아지자 한동안의 잠깐 나쁜 시기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구부정한 자세, 다리를 꼬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지극히 심한 운동부족의 삶을 살고 있었다.

다리를 꼬지 말라는 부모님의 잔소리에는 반대편으로 꼬며 이러면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던 내가 약간 불편함을 느끼던 그날, 하필이면 어머니 환갑 기념으로 밥을 먹는 한정식당에서 허리가 아파 주저앉았고 그대로 움직이기 어려워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입원했다.


병원에서의 3박 4일

처음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주렁주렁 수액이 달렸고, 눕는 것 외에 모든 것은 고통을 동반했다.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없어서 침대에 선 듯 앉은 듯 걸터앉아 국에 살짝 적신 밥을 먹는 것에 만족했다. 그러다가 조금씩 더 움직일 수 있었고, 수액을 보조기에 매달고 가볍게 병원 복도 정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내가 머물던 병실은 나보다 훨씬 위중한 환자분들이 많았기에 그곳에서 오히려 숙연해졌다. 산재로 인해 크게 다쳐 거동이 더 불편한 환자분과 벌써 세 달째 입원해 있는데 발가락에 감각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고민이 많던 환자분 사이에서 그래도 시술을 받고 서서히 돌아오고 회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MRI로 마주한 내 디스크

MRI 촬영을 미리 요청했다. 그래도 외래환자가 밀려들 월요일보다는 일요일에 미리 찍어놓고 싶다고 했고, 그 덕에 모든 결정이 빨랐다. 정말 내 MRI를 보고는 "내가 정말 몸을 아무렇게나 썼구나."하고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데 정말 얇은 막 하나가 디스크가 빠져나오는 것을 겨우겨우 막아주고 있었다. 대다수의 열심히 앉아서 공부하고 일했던 사람들의 허리는 이렇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했다. 저 시술받고 싶어요.


디스크 환자가 된 후 일주년, 운동을 시작하다

긴 서론을 마치고 드디어 본론으로 넘어왔다. 특별히 기념할 일도 아니고 일주년이라는 말을 붙이기 어색하지만 다시 또 날이 더워지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상황들이 생기니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 더가 같이 일하는 친구가 요즘 운동을 하니 근육이 저축되는 느낌이 든다며 운동을 시작하길 강권했다. 그렇게 늘 마음속으로만 헬스장 등록을 생각하다가 등록하기로 마음먹고 그날,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헬스장을 처음 가본 건 아니다. 생각해보면 총 6군데의 헬스장을 등록했었고, 그렇게 기부천사가 됐었다. 그래서 나름 원인을 분석해봤다. 대체 왜 나는 운동에 큰 재미를 못 붙였을까? 장소가 멀었다. 굳이 그 거리를 이동해서 갈만한 메리트가 없었다. 시설이 낡았던 곳도 있다. 어느 자리의 트레드밀에 올라타야 TV를 볼 수 있는지 알고 눈치싸움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블로그들을 수없이 많이 검색해서 나름 그래도 깨끗하고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곳을 찾아가 보자고 생각했다.


이제 어느덧 두 달, 운동이 습관이 되다.

지난달부터 누가 나에게 오늘 뭐하냐고 물어보면, 운동 간다는 답변을 한다. 이렇게 운동에 자꾸 가게 된 배경은 '헬스 네비'라는 어플 덕분이기도 하다. 출석처리가 되고 내가 어떤 운동을 했는지 (종종 연동이 안 되는 기구도 있지만) 연동이 돼서 어플에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덕에 나는 꾸준히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딱히 인바디가 달라지진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는 눈바디가 변했다. 아침에 눈을 뜨기 조금 더 쉬워졌고, 운동 덕분에 저녁에 무거운 음식을 덜 먹게 됐다.

운동을 하면서 자세에 좀 신경 쓰게 되기도 했고, 운동 등록한 이후로 자주 찾던 이비인후과도 정형외과도 아직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요즘 약속이 생기거나 일정이 생기면, "아, 오늘 운동 못 가겠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헬스장 휴무일에 맞춰 내 스케줄을 잡게 됐다. 나도 이럴 줄 몰랐는데, 이런 변화가 조금 신기하다.


모두들 건강합시다. 허리디스크 환자의 슬픈 기록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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