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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한대로 Oct 16. 2024

모든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해요

오늘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맺었을까요?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때론 만나기 싫은 사람도 있었겠죠. 회사와 가정, 친구들 사이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가끔은 공허함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어요. 전 가끔 그렇더라고요. 분명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긴 했는데, 에너지를 받고 오는 날도 있는 반면, 어떤 날은 헛헛함이 밀려오는 날도 있었어요.


그런 날을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을 거예요. 이야기가 진솔한 알맹이도 없이 쓸데없는 수다로만 가득 채워졌다거나 편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선을 넘거나 무례하게 굴었을 때, 혹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고 타인의 입장을 먼저 살피느라 정작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었은지 뒷전으로 방치해 두었거나.. 이럴 때는 몸과 마음이 다른 날보다 지쳐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타인과 끊임없이 얼굴을 마주하며 나를 들여다볼 시간을 갖기란 다들 쉽지 않겠죠.


혼자 있는 시간의 달콤한 매력을 느껴본 적이 있을까요? 한 번이라도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내고 싶어 질 거예요. 서른 즈음, 매일같이 야근과 육아를 반복하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그때, 늦은 저녁 아이들이 잠든 후, 거품 가득한 라테 한 잔을 마시며 그 거품이 사라지는 걸 바라보는 그 잠깐의 숨고름이 제게는 큰 휴식이 되었어요.

단 5분 남짓밖에 허용되지 않았던 귀한 시간이라 마치 1~2시간은 되는 것 마냥 더 달콤했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다 큰 지금은 아주 여유롭게 카페에서 혼자 사색의 시간을 갖지만요. 누군가 제게 '당신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단연코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이라 얘기하고 싶어요. 길게도 필요 없어요. 단 30분이라도,  혼자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고 나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제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지적인 생활이야말로
누구나 경험해야만 하는
'혼자 있는 시간'의 본질이다.

주변 사람들과 잘 사귀면서도
혼자일 때 나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른이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고독의 상태이다.

-사이토 다카시[혼자 있는 시간의 힘]-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도 출근 전 회사 근처에서 가볍게 운동을 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주말마다 풍경 좋은 곳으로 캠핑을 떠나, 아침에 눈을 떠 마주하는 기막힌 운무온몸을 전율하게 할 겁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테니스나 러닝등을 퇴근 후 동호회 사람들과 즐기기 기도 하지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서로 관계를 맺기도 하고 서로 거리를 두고 잠시 혼자만의 휴식을 갖으며 현명하게 살아갑니다.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가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외로워하거나 따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대로 자신에게 충실하게 잘 보내는 것이 정말 요한 것 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는 사람은 단단합니다. 오롯이 나를 들여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압니다. 그 내면의 힘은 생각보다 크고, 휘몰아치는 외부의 흔들림에 쉬이 영향을 받지 않요.

그래서 자신과의 대화가 먼저입니다. 나 자신과 대화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타인과 대화를 잘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과 잠깐의 틈도 없이 늘 함께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생각이 아니라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사고로 흘러가기가 쉬워요.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다른 사람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맞추어 대화하고 행동하며 사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옳은 것이지만, 그런 시간이 너무 많아지다 보면, 진정한 나로 살 수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 살고 있나요? 누가 그려준 삶이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그려가는 삶을  살아갈 때, 타인과 동등하게 조화를 이루고 더불어 함께 행복할 수 있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며 우리는 무척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갑니다. 아이를 돌보고, 남편을 챙기고, 회사일을 수행하고 동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과연  자신은 얼마나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져줬을까요? 


오늘 하루를 보내며 왜 저 사람의 말이 거슬렸는지, 오늘 미팅에서 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는지, 저 사람이 무례했던 건지 내가 부족했던 건지,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게 가고 있는지.. 생각하며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눈에 보이는  건강은 그나마 영양제를 먹기도 하고 건강검진을 해마다 하기도 하며 챙깁니다. 그렇듯 내 마음도 내 정신도 하루에 잠깐이라도 들여다보며 챙길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상은 영원한 그네나 다름없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흔들린다.
- 몽테뉴-

[개인주의자의 철학수업]을 쓴 마루야마 순이치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흔들리는 그네 위에서 살아가려면 자신을 깊이 성찰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남과 집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고 시야를 계속 넓혀 나가야 한다고 했어요.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각자의 가치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유한 개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내가 살아오며 깨달은 진리가 옳다고 믿는 생각의 기울어짐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옳은 것일지라도 혹 타인의 입장은 아닐 수 있어요. 


자신의 이상이라는 프레임 안에 타인을 가둬 보려는 순간 어긋납니다.  하물며 부모 자식 간에도 어느 정도 아이가 크고 나면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다름의 인정이지요. 타인도 나와 똑같이 자신만의 살아온 경험을 통해 터득한 자신만의 가치관과 생각 기준이 생겼을 테니까요. 타인의 관점을 바꾸려 하거나 강요하는 욕망이 생길 경우, 종종 상대방의 정체성을 무시하거나 억압하는 태도로 비칠 수 있고, 내가 더 잘났다는 태도로 보일 수도 있는 거예요. 결국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를 침범하게 되면, 관계를 해칠 위험이 있습니다.


적절한 교집합을 만들어 나가는 게 좋은 관계 맺기가 아닐까 싶어요. 이는 부부관계뿐 아니라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교집합에서 공통된 부분이 '교집합'이고, 겹치지 않는 부분은 '차집합'이라고 하지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나 비슷한 가치관으로 마치 두 사람이 함께 나누는 특별한 공간처럼, 서로의 마음이 만나는 지점이 있어요. 반면에 각자가 가진 독특한 경험과 개성, 다른 가치관은 차집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딱 적당할 듯합니다. 교집합을 통해 공통된 연결고리를 만들고, 차집합을 통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인간관계의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자의 차집합의  공간이에요. 이 공간이 너무 많아도 상대가 외로울 수 있고요. 너무 적으면 상대에게 의존적이 될 수 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을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 바로 이 공간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내실 있게 만드는 것이생각합니다.


타인과 조화를 잘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잘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나 자신과  대화를 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한 나로 살기 위해 모든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 없어요. 타인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했잖아요.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먼저입니다.  자꾸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자기 검열을 하면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살다 보면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가 없어요. 타인이 요구하는 삶이 아닌 내가 그려가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나 자신과 먼저 대화를 나누고 나를 돌보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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