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셨나요? 오랜만에 찾아뵌 부모님의 말씀이 길어져 힘들지는 않았나요? 명절에 가족 간 잔소리가 많아 고향에 가기 싫다는 이들이 많다고 하죠. 부모님의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 하는 마음,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 덕담이나 걱정이라는 걸 이해하지만, 그 말이 길어지고 반복되면 답답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직장에서도 많은 이들이 퇴사를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상사의 잔소리'라고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예전세대에게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지금의 MZ세대에게는 지나친 간섭으로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명절에 부모님께 방문은 하느냐?' '어떤 계획이 있느냐?'라고 묻는 질문들이 과도한 관심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을 거예요. 서로의 입장과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운 부분일 겁니다.
저는 나이가 들수록 후배들을 대하는 게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내가 불편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내가 하는 말이 충고나 조언이 아닌 잔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죠.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나의 생각에 갇혀, 무의식적으로 '꼰대' 같은 사고방식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커집니다.그래서 점점 제 말수를 줄이고 후배들의 얘기를 들으려 합니다. 꼰대 같은 사고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살아온 게 있다 보니 내 생각이 분명해질수록 나의 사고가 툭 튀어나와 강하게 비칠 수 있으니까요. 가끔 혼자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싶으면 아차 싶어 서둘러 마무리하게 되기도 해요.
우리는 종종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조언을 하곤 합니다. '지난번에도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는 게 훨씬 수월하고 효과적이야. ' 라며 알게 모르게 내가 해온 방식이 옳다고,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면 문제없을 거라고 내 사고에 갇혀버릴 수 있습니다.
오히려 늘 상 해오던 방식대로 하지 않았을 때 창의적인 길이 열릴 수도 있고요.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과거의 경험을 현재와 연결 지어 젊은 세대를 비판하는 것도 삼가야 합니다. 시대가 변했고, 서로의 생각과 입장이 다르니까요. 요즘 MZ들은 자율복장제를 시행하는 회사인지 아닌지까지도 중요하게 보는 세대예요. 기성세대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다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할 거예요.
부모로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최근 TV 예능 '내 아이의 사생활'에서 장윤정과 도경완의 아이들, 연우와 하영이의 LA 여행기가 인상 깊었어요. 연우는 용돈을 계획적으로 사용하며 쇼핑을 하고 엄마를 생각해 선물을 사는 반면, 하영이는 충동적으로 구매를 하여 오빠가 대신 돈을 지불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죠. 마지막에 하영이가 길거리에서 비싼 기념촬영을 하려 하자 갈등이 벌어졌고, 결국 1달러만 수중에 남은 하영이는 '라라랜드'촬영지에서 왕복 티켓을 끊지 못해 혼자 걸어 내려와야 했습니다. 어린 동생에게 1달러의 소중함을 몸소 경험하게 하려는 이런 오빠의 단호한 태도에 많은 시청자들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어린아이들도 할 수 있는 배움이 우리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후배나 신입사원들은 이미 성인으로서 각자의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성적으로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알고 스스로 사고하는 어른이기 때문에, 사실 가르쳐야 할 것은 많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스스로 질문하고 도움을 요청할 거예요. 부족한 점이 보이더라도 다 그들만의 이유와 생각이 있어서일 거예요. 모든 것을 일일이 알려주려 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은 중요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말이 길어지고 일일이 가르치려들면 상사가 아닌 잔소리하는 엄마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가 많은 말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간결하고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프랜시스 베이컨은 “잘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잘 생각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인식하고, 생각을 정리한 후 대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말이 길어질수록 핵심이 사라져 상대방의 집중력을 잃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최대한 간결하게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할 거예요.
또한, 노자는 "무위"를 통해 자연스럽고 간섭 없는 상태,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본질에 집중하는 삶의 방식을 강조했습니다. 복잡한 행동이나 지나친 간섭을 피하고, 겸허하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이는 '군더더기가 있는 행동'을 피하라는 의미입니다. 노자는 도를 물에 비유하며, 분명한 성질을 지니되 군더더기를 삼가라고 했습니다. 결국 “큰 나무는 작은 가지를 버려야 한다”는 말처럼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것이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간결하고 명확한 대화로 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는 건 하수예요. 두어 번 삼키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말이 길어질수록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 나무에 무성하게 달린 밍숭밍숭한 사과처럼 핵심 메시지가 사라져 마음에 꽂히지 않게 됩니다.
최근 명절 사과값이 치솟았어요. 폭염과 폭우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해 사과 한 개당 가격이 5천 원을 넘었습니다. 모양이 번듯한 사과는 가격이 어마무시해 선뜻 구매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이런 사과나무가 맛있는 사과를 맺으려면, 초기부터 작은 열매를 제거해 핵심 열매에 영양분이 집중되도록 해야 합니다.
비싼 사과를 부모님께 드리기 위해 한 박스를 큰 맘먹고 샀지만, 집에 돌아와 보니 자식들에게 싸주신 보따리에 커다란 사과들이 다시 숨겨져 있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말과 행동은 지향하되,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간직한다면, 그 진심은 분명히 상대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결국, 좋은 인간관계의 본질은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는 데 있습니다. 군더더기 있는 행동을 피하고, 간결하고 진솔한 소통을 통해 쌓인 신뢰가 깊은 관계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관계의 핵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