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모의평가 결과, 사탐 선택자가 무려 39만 1449명으로 전체의 61.3%를 차지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는 2012학년도(60.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9모를 보고 집에 돌아온 아들이 채점을 마치더니,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도저히 안 되겠어요. 지금이라도 물리 포기해야겠어요.”
아들은 공대를 꿈꾸며 물리를 좋아하던 아이였다. 잘하기도 했고, 좋아하기도 해서 지금까지는 버텨왔는데, 6모부터 흔들리더니 9모를 치른 후 결국 칼을 뽑아 들었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사탐으로 갈아탈 때만 해도, 아들은 꿋꿋이 “공대는 물리지!”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인원이 점점 줄어드는 물리, 화학으로는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았다.
사탐을 고려해 본 적조차 없던 아들은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할지도 몰랐다. 게다가 수능 원서 접수도 이번주가 마감이다. 과연 지금이라도 수정이 가능한 지부터 학교에 알아봐야 했다.
‘와… 수능 70일 앞두고 과목 변경이라니.’
급히 사탐 모의고사를 다운로드해 훑어보던 아들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엄마! 저 세계지리로 바꿔요! 이게 그나마 확실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대쪽같이 단호한 아들이지만,
밤새 뒤척이며 고민이 많았던지,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하는 아들의 모습은 뭔가 비장함이 묻어났다. 아이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원서를 고치고 다시 출력해 수정 서명을 했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공대를 가려는 아이가,
물리를 좋아하는 아이가,
결국 사탐을 공부해 대학에 간다니.
지금 대한민국 입시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돌이켜보니, 그간 전문가들이 했던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이제 사탐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지금이라도 사탐으로 바꾸셔야 합니다.”
그저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결국 우리도 똑같은 길을 걷게 될 줄은 정말 전혀 몰랐다.
마음이 텅 빈 듯 헛헛하다.
아이가 집에 돌아오기 전, 몇 년 동안 붙잡아온 물리 문제집들과 모의고사들을 쫘악 거실로 뺐다.
내 마음도 이리 허한데, 아이 마음은 오죽할까.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어떤 확신도 없고 앞길은 안갯속처럼 뿌옇고 확신조차 없는데 아이는 단호하게 결정을 했고, 눈에 불을 켜고 달릴 준비를 했다.
어른인 나조차 쉽지 않은 결정을 아이는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 결단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도 결국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
앞으로의 70일, 아이는 꿋꿋하게 달려가야 한다. 그것은 그 누구도 대신 지어줄 수 없는 무게다.
곁에서 한결같이 든든한 부모의 모습으로 아이를 지켜봐 주는 것 뿐, 달리 도와줄 수 있는게 없다.
냉정한 현실속에서 힘겹게 한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만들어가길 있는 힘껏 응원해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