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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한대로 Apr 19. 2024

먼지 낀 구석 어딘가 처박아버린 자아..

내가 중년이라고? 아니 말이 돼? 뭐 대충 몇 년만 지나면 중년도 아닌 장년이 되시겠어! 받아들일 수가 없네. 어딜 봐서 중년이래. 기가 막히는군.

ㅋㅋ 어딜 봐서긴..  눈을 치켜뜰 때마다 이마에 보이는 주름 몇 줄과 거울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미세한 볼살의 처짐들이 어딜 봐도 딱 중년이구만.. 이럴 땐  그냥 한숨을 깊게 쉬어주는 수밖에.. 누군가는 지금 시대는 백세시대라 본인 나이에서 17살을 뺀 게 적정 나이라던데.. 중년을 정의하는 나이대부터 좀 달려져야 하는 거 아닐까?


내 인생은 젊음 자체로 좋았던 20대와 치열하게 달려왔 30대, 뭘 하는지 모르게 후딱 지나가고 있는 40대로  점철된다. 나뿐만이랴.. 대한민국 절반 이상 여자들의 삶은 대략 이러하지 않을까.  


처음엔 내 삶이고 내 인생이었던 시절이 분명 있었.

하지만 결혼을 하며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가 되면서  "나"는 점점 흐릿해졌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나"라는 자아는 사라졌다...

 온 신경은 나의 커리어도 아니요, 남편도 아니고 아이들 향할 뿐.. 가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 걱정은 떨칠 수 없었고, 슈퍼우먼이 되어 날아다니느라  "나"더더욱 돌볼 여유도 없이  훅~시간만 지 느새 들이 말하는 중년이 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이제야 내 자아가 어딨나 찾아보려니..  저~만치 먼지 낀 구석 어딘가  처박아 버린 자아가 보인다.  너무 오래전 던져버린 자아라... 다시 들여다보기가 좀 멋쩍다.


대한민국에서 여자의 일생이 대략 이렇다는 걸 미리 누군가 알려줬다면, 난 다른 선택을 했을까? 다시 돌아간다면 난... 뭔가 다른 선택을 할까? 요즘 애들은 연애를 안 한다더라. 결혼을 하지 않는 세대.  출산율 0.7 붕괴. 전 세계 가장 낮은 출산율.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등등 온갖 심각성을 말하는 지금.


'대한민국! 쌤통이다! 이런데도 정신 안 차릴래!' 하고 소리쳐주고 싶은 생각이 마음 한편 드는 건.. 그 시절의 억울함 때문일까... 말해 뭣하랴. 이런 사연쯤 없는 여자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도 않을 터. 3개월의 육아휴직조차 눈치를 보며 겨우 내야 했던 그 시절. 새벽녘 매일같이 잠을 설치 음날 졸음운전을 하며 운전대를 잡고 신호 걸릴 때마다 화장을 하는 정신 나간 여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죄송합니다)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고 퇴근 후 옷도 못 갈아입고 밥하고 아이를 돌봐야 했던.. 지독히도 바빴고 절실했던 그 시절들이 아직도 마음에 생생히 남아 있어서일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었으니 가능했고 뭘 몰랐기에 가능했던 일들이었다.


이런 내게 결혼을 앞둔 누군가가, 아이를 낳을까 고민하는 누군가가 조언을 구해 온다면, 난 어떤 현실의 민낯까지 얘기해 줘야 할까?


하지만 이제는 내 마음속에 조금의 억울함 비슷한 것도 남기기가 싫다. 나를 위해서도 더 이상은...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말할 수 있게 앞으로 더 잘 살면 되는 거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다지만, 직도 많은 부분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이젠 또 다른 챙김이 필요할 뿐. 사춘기 아이의 감정상태도 살펴야 하고 맨날 바뀌는 입시판 정보도 알아야 하고 간간히 설명회도 챙겨 들어둬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전에 비할바는 아니 이젠 나도 봐줘야 지 않을까 싶다.


노자와 장자는
'무리하지 않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말한다.

최상의 선은 이를테면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만물에 위대한 이로움을 가져다주지만,
만물과 다투지 않으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한다.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깝다.
도의 체득자,
성인의 모습도 이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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