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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한대로 Apr 26. 2024

아이들이 환호하는 선생님의 인기비결

아이의 중간고사날 아침..

부랴부랴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름 선생님 같아 보이는 단정한 옷을 입고 운동화를 단디 신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중학생 아이 시험감독이 있는 날.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들 시험기간 학부모가 선생님과 함께 시험감독을 들어가는 학교들이 있다. 작년에는 학부모 지원자가 별로 없어 시험기간 동안 며칠을 연달아 가느라 힘들었는데 올해는 한 번만 가면 돼 가뿐한 마음으로 나섰다.


벚꽃이 다 져서 아쉬운 마음이 들새라.. 초록초록 선명하게 나고 있는 잎사들이 눈에 잠시 잠깐 여유를 불어넣어 줬다. 3층 복도에서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예비종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섰는데, 선생님 한분이 커다랗고 런 봉투를 들고 걸어오신다.


두어 명의 발랄한 아이들이 선생님께 달라붙더니 종알종알 말을 건다. "선생님 몇 반 들어가세요? 선생님 문제 어려워요? 이번에 공부 하나도 못했어요."  "선생님 저희 반 들어오시면 안 돼요?"  '와.. 쟤네들은 참 넋살도 좋네~ 나 때는 선생님 어려워서..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는 찰나..


선생님이 그 아이들 반으로 방향을 틀었다. "와~~~~!!!!!!!" "선생님 저희 반이세요? 진짜요? 정말요? " "와~~~~~~!!!"( 반 아이들의 단체 함성) 교실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들어오시는 선생님을 대환영을 한다.


'우와~아이들이 저렇게 환호하며 좋아하는 선생님이라니.. ' 생님을 다시 바라봤다. 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선생님과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험감독을 하기 전부터 뭔가 뭉클함이 가슴 저 밑에서 올라왔다. 주책맞게 감상에라도 젖을까 싶어 딴생각을 하며 애써 다보지 않으려 했다.


나 또한 이 행복한 교실의 시험감독이었던지라 조용히 뒤따라 들어가 인기쟁이 선생님의 모습을 흘끗흘끗 펴볼 수 있었다. 선생님은 연신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얘들아 조용히~"하며 눈짓 발짓 사정을 하셨으나 아이들은 무슨 시험이 취소된 것 마냥 열기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순박한 미소를 지으면서 난감해하시는 모습이  만약 동화에서 선생님을 묘사했다면 이렇게 사하지 않았을까? 어깨에 닿을랑 말랑한 부드러운 웨이브 머리에 단정고 귀여운 앞머리. 동그란 안경 낀 두 눈에 포근해 보이는 엄마 미소까지 장착하셨다. 완벽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선생님 외모 보고 좋아하는 것도 아닐 테고 도대체 아이들은 생님의 뭐가 그리 좋은 걸까.. 좋은 선생님이 시험감독 들어오시는 게 자기들 시험 보는 데 무슨 도움이 된다고, 도대체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싶어 환호받는 이 선생님이 더 궁금해졌다.


시험감독을 갈 땐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시험날 예민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해 향수향이 강한 바디제품 사용을 삼가야 한다. 가급적 바스락 소리가 나는 재질의 옷이나 액세서리도  착용하지 않는 게 좋다. 한 번이라도 시험감독을 가보면 시험날의 분위기 또래 아이들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조그마한 교실에 25만 넘어가도 교실이 꽉 차는데 30명이라도  넘으면  정말 시험 보는 아이 바로 에 서있어야 한다. 혹시나  옆에 서있는 나로 인해  시험 보는  아이가 신경 쓰이지는 않을까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시험 내내 미안스러운 맘이 들어 숨소리조차 신경 쓰며 아이들을 감독하게 된다. 


아직은 중학생 아이들이라 그 긴장도가 고등보다는 덜하다 해도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다. 눈을 부릅뜨고 인상 팍쓰고 한 장 한 장 넘겨오는 시험지는 잽싸게 받아 드는 아이며 조금 긴 앞 머리가 거슬릴세라 사과머리로 상투를 틀듯 묶고 의지를 다지는 남자아이들도 보이고  서술형 답안지를  썼다 지웠다 하며 애쓰는 모습을 보면 혹여나 지우다 종이가 찢어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때때로 사춘기가 심하게 온  몇몇 아이들은 냅다 찍어놓고 아예 엎드려 자기도 한다.


아이들 시험시간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알 수가 없다. 급하게 화장실을 간다고 손을 들거나 콧물이 흘러 휴지를 찾는 건 다반사요. 간혹 긴장감에 오바이트를 하거나 시험보다 자신도 모르게 순간 졸아버리는 아이도 있다.  때론 아이가 손을 문제 제기를 하면 문제출제하신 선생님을 부랴부랴 모셔오기도 해야 한다.


어떠한 일들도 일어날 수 있기에 아이들의 긴장도가 하늘을 찌른다. 그렇기에 저 바라보기만 해도 편안하고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선생님이 험감독을 들어와 주시는 건 이 아이들에게 큰 위안이자  행운이 되는 것 같다.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오늘 시험 정말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의 환호와 덕분에 시험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은 생님을 향한 진심이 담긴 찬사가 아닐까...


 운의 반 답게 별 탈 없이 무사히 시험이 끝났다. 몇몇 아이들이 손을 들어 질문을 하고 omr카드를 바꿨을 뿐. 그때마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다가가 눈을 바라보며 안심하라는듯한 표정을 지어주셨고 신속하게 해결해 주신 후 아이의 등을 세상 따뜻하게 토닥여주셨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선생님의 표정, 손짓, 말투 하나이 긴장감 넘치는 교실에서는 너무나 소중한 동작들이었다.  

감사합니다. 이 세상의 고마우신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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