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너마저
노래에는 추억의 시간과
그때의 마음과
주변의 향기가 담겨있다
미래에 대한 적절한 불안감과
그리 심하지는 않았던 불면증과
느닷없이 찾아온 새벽의 설렘과
쑥스럽게 고개를 든 흥이 뒤섞여
집을 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잊히고 싶지도 않았던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막연한 불안감에 나를 놓고 싶었던
애매한 감정들이 모이고 모였던
나의 20대 초반이 이 노래에 담겨있다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의 나열이 아닙니다. 우리의 과거와 그때의 감정, 그리고 공간의 냄새와 온도까지 담아내는 기억의 캡슐입니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제게 그런 노래 중 하나입니다. 그 속에는 제가 겪었던 감정들과 미처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이 녹아있습니다.
20대 초반, 그 시절의 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새로운 설렘이 교차하는 시기에 있었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그 불안감은 삶을 마비시키는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애매하고 적당한 불안이었고, 설렘은 별다른 이유 없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 시절의 밤은 종종 짧았고, 불면의 새벽은 저를 집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거리를 달리며 들었던 이 노래는 당시의 복잡한 감정을 한데 모아 저를 다독여주는 친구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저는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누군가에게 잊히고 싶지 않은 모순된 마음을 느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비치는 제 모습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알지 못했지만, 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애매한 방향성과 그 불확실성 속에서, 저는 여전히 나름의 방식으로 저를 정의하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의 저는 20대의 그 혼란과 불안을 한층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을 완전히 놓지는 못합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때의 공기가 생생히 떠오르며, 달리던 거리의 냄새와 새벽의 한기가 제 마음속을 스칩니다. 이 곡은 단지 지나간 시간의 증거가 아니라, 그 시절의 저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요?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