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_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브로콜리 너마저

by 김형건

노래에는 추억의 시간과

그때의 마음과

주변의 향기가 담겨있다


미래에 대한 적절한 불안감과

그리 심하지는 않았던 불면증과

느닷없이 찾아온 새벽의 설렘과

쑥스럽게 고개를 든 흥이 뒤섞여

집을 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잊히고 싶지도 않았던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막연한 불안감에 나를 놓고 싶었던


애매한 감정들이 모이고 모였던

나의 20대 초반이 이 노래에 담겨있다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의 나열이 아닙니다. 우리의 과거와 그때의 감정, 그리고 공간의 냄새와 온도까지 담아내는 기억의 캡슐입니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제게 그런 노래 중 하나입니다. 그 속에는 제가 겪었던 감정들과 미처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이 녹아있습니다.


20대 초반, 그 시절의 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새로운 설렘이 교차하는 시기에 있었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그 불안감은 삶을 마비시키는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애매하고 적당한 불안이었고, 설렘은 별다른 이유 없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 시절의 밤은 종종 짧았고, 불면의 새벽은 저를 집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거리를 달리며 들었던 이 노래는 당시의 복잡한 감정을 한데 모아 저를 다독여주는 친구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저는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누군가에게 잊히고 싶지 않은 모순된 마음을 느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비치는 제 모습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알지 못했지만, 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애매한 방향성과 그 불확실성 속에서, 저는 여전히 나름의 방식으로 저를 정의하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의 저는 20대의 그 혼란과 불안을 한층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을 완전히 놓지는 못합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때의 공기가 생생히 떠오르며, 달리던 거리의 냄새와 새벽의 한기가 제 마음속을 스칩니다. 이 곡은 단지 지나간 시간의 증거가 아니라, 그 시절의 저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요?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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