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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토일 Dec 07. 2022

파란 장미를 피우는 법

텐트 하나 펼쳐 들고 이주한 섬에서 3년 만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집을 지었다.

삽 하나로 일군 쾌거.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야기다.

내 취미는 게임인데 게임을 왜 좋아하냐고 물으면 평소에 복잡한 생각을 하다가

로지컬이 정해진 게임을 하다 보면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재미있다.


모동 숲의 여러 매력 중에 단연 매력적인 것은

꽃 재배이다.

내 섬에는 내가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수집품 목록과 레시피로 만든 것들이 가득한데,

나는 이 파란 장미만 없다.


모동 숲 동호회 카페에 가면 물론, 돈을 주고 사거나 가끔 무료로 파란 장미를 얻어

 섬에 어서 번식하게  수도 있지만,

나는 이 파란 장미를 내 힘으로 꽃 피우고 싶었다.


2020년 3월에 이 게임이 출시되고 2022년 12월 현재까지 나는 파란 장미를 얻지 못했다.

중간의 공백기(동태기)가 있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꽃 재배에 열을 올렸는데

보라색 히아신스, 팬지, 금색 장미까지 다 얻었지만

여전히 파란 장미는 피울 수가 없었다.

올해 3월부터 컨디션이 좀 괜찮아진 이후로는 파란 장미를 피우기 위해

타임슬립(게임 내 시간을 되돌리는 것)을 해서 파란 장미 피우려고 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파란 장미 피우는 법을 찾아봐도 아리송했다.


꽃 재배의 기본 규칙은 기본 꽃 (흰색, 빨강, 노랑)을 교배시켜

거기서 나온 교배 꽃을 다시 기본 꽃과 교배하거나, 교배 꽃과 교배 꽃을 교배해서 나온 교배 꽃으로

교배를 하는 방법이다.


이 게임이 이토록 복잡하게 보이는 이유는 무려 ‘멘델의 유전법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장미꽃은 교배 특성상 허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

파란 장미 피우기는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꽃을 교배할 때는 매일 물을 줘야 해서 나는 2019년 5월로 타임슬립을 해서 2019년 11월까지 매일매일 물을 줬다.

날수로 따진다면 대략 7개월 200일 정도 되는 시간이다.

멘델…… 부르짖을 그 이름.

나는 오늘도 파란 장미를 꽃피우기 위해 물을 준다.

사람이 꽃 같다는 말은 그 사람이 아름다워서 그렇다는 것,

그리고 이 한송이의 파란 장미처럼 정말로 과학적이고 모든 것이 집대성됐다는 의미는 아닐까.

이 얼마나 꽃 같은지.

이 얼마나 꽃보다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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