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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채 May 14. 2023

리본의 무게

고해성사를 하고 싶은 밤이다.

나는 내 가족을 아주 가끔 짐스럽게 여긴다.

사실 부양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 드리는 용돈이나 안부전화 전부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들이 나를 그런 생각에 휩싸이게 한다.


내 아버지 연배의 남자 사람을 볼때나 운동 하는 곳에서 늘 눈인사를 해주는 엄마 나이 때의 사람들과 마주칠 때면

어떤 생각이 나를 이끈다.

대게가 지나온 과거보다는 미래에 가깝다.

나는 그곳으로 가고 있으니까.


운동을 마치고 가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건널목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본다.

누군가 잃어버린 리본 머리 끈이 봄바람 나풀댄다.

날지는 못하고 나부낀다.

바람보다 무겁게

사람들은 잠깐 멈췄다가 걷는다.

나는 행인들 속에서 내 가족을 떠올린다.

인간 군상 속에서 가족의 얼굴을 찾아본다.

아이가 울고 있다. 엄마가 안아들자, 버둥거린다.

아이를 내려놓고 엄마는 쭈그려 앉는다.

아이가 업힌다.

짐스럽게 업힌다.

나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어떤 기억이 떠오른다.

아버지 등에 업혔던 기억.

아버지는 나를 짐스럽다 생각했을까.

초록불이다.

엄마와 아이가 건너서 내게 가까이 온다.

둘은 웃고 있다.

리본끈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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