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역시 실수였다.
제 때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은 것,
요동치던 마음을 붙잡고도 사랑한다 고백하지 않은 것,
원하는 일을 시작하고도 얼마 가지 않아 그만둔 것,
그의 잘못이 아닌 걸 알고도 이기려 들었던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아껴주지 못한 것,
아니,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은 실수가 아니라 완벽한 잘못일 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안에, 밖에, 혹은 주변에는 당황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서 있는 내가 있다.
37년간 내가 겪어 온 삶은 항상 그랬다.
지나가고 나면 꽤 많은 것들이 어수선한 기억으로 남았고
자다가도 일어나서 그 기억들을 수십 번 헤집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그 속에서 무엇이라도 하나 건질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오히려 현재의 마음까지 더 복잡해졌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한 움큼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럴 용기도 딱히 없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실수해도 괜찮았고 잘못해도 괜찮았다.
내가 나로서 오롯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나는,
마치 잘 써지지 않은 글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좀 더 고민하기로, 좀 더 부딪히기로,
크고 작은 실수에 아파하지 않기로 했다.
글은 그저 계속 쓰면 되었고
무엇보다 글은, 이 삶은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저, 그것만으로도
이 삶은 실수가 아닌 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