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을 두렴없이 잘하려면?

일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내 컨디션이다

by 월든

몇 년 동안,

연초가 되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강의 그만할까? 그만하면 뭐 하지?'


이유는 강의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해년마다 강의가 부담되고 두려웠다.

10년이 넘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했다.


분명 내가 너무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이제 내 불행의 원인이 되었다.


어떤 해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그 해 처음으로 하는 강의였고

대상은 청소년이었다.


한창 강의를 하는데,

강의장 뒤쪽에는 학교 선생님과 과정 담당자가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때 직감했다.

'아! 강의가 망해가고 있구나.'

'학교에서 바라는 내용과 멀어지고 있구나!'


몸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심장에서 생겨난 뜨거운 열기가

몸을 거쳐 손과 발, 머리끝까지 퍼져나갔다.

손은 살짝 떨렸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났다.

정신은 꿈꾸듯 멍해졌다.

곧 앞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서둘러 교탁을 붙잡아 몸을 의지했다.


몸이 이런 와중에도,

내 입은 쉬지 않고 강의를 했다.


잠시 뒤,

몸은 괜찮아졌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강의를 이어갔다.


쉬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과정 담당자에게 찾아가서 조용히 물었다.

"지금 강의가 제대로 가고 있나요?"

담당자가 대답했다.

"네. 너무 좋아요."

내 직감은 아주 빗나갔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다.

'스스로 쓴 부정의 시나리오가 자신의 몸을 파괴할 수도 있겠구나.'

심지어 진실도 아닌 추측에 불과한 생각이 말이다.


그 일을 겪고 몇 년이 흘렀지만,

그때 내 몸이 왜 그렇게 반응했을까를 가끔 생각한다.

'생각이 만들어낸 불안과 긴장의 반응일까?'

'이게 심해지면 공황 장애가 되는 것일까?'


작년에도 이 경험을 떠올릴 만한 일이 있었다.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으려 했는데,

아내의 유혹에 넘어가 분식을 먹은 날이었다.

샐러드로 점심을 먹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분식을 먹은 그날은,

먹는 중간에 피곤과 졸음이 밀려왔다.

어쩌면 강의하다 혈당 스파이크가 온 것이 아니었을까?


한 번은 지방에서 강의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집에 도착하려면 1시간 정도 남았고,

밥은 하루 종일 굶은 상태였다.

날은 어두워졌다.

어느 순간 정신 멍해졌다.

마치 꿈꾸듯 운전을 하고 있었다.

'아! 이러다 큰일이 나겠구나'

싶었다.

졸린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강의장에서 저혈당 증상을 겪은 것은 아니었을까?


또 다른 가설도 있다.

전날 잠이 부족하여 심리가 부정의 상태에 있었던 건 아닐까?


어떤 것이 직접 원인인지는 모르겠다.

내 가설들이 복합으로 작용한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같은 상황을 지금 맞는다면 저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우선 요즘은 내 무의식이 부정의 시나리오를 쓸 때 이렇게 생각한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어. 틀릴 때가 더 많았지.'


그리고 강의 전에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1. 전날은 꼭 운동을 한다.
2. 조금 부족해도 강의 준비는 저녁 전에 마무리한다.
3. 잘 자기 위해 15분 요가와 명상을 하고 일찍 잔다
4. 당일 아침에 산책이나 명상을 한다.


좋은 강의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컨디션으로 강의하는 것이다.


밤새 준비한다고,

내 역량이 갑자기 높아질 수는 없다.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뿐이다.

ppt 이미지를 바꾸거나 폰트를 고친다고,

강의가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컨디션은 강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컨디션이 최악이라면,

준비를 많이 했어도 망칠 수가 있다.

컨디션이 최고라면,

준비가 조금 부족했어도 생각보다 잘 끝날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컨디션이 나쁜 순간도 있다. 바이러스로 인해 한 순간에 목이 가서 쉰 목소리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귀가 괴로웠을 그때 그분들에게 아직도 죄송하다. 겸손을 배운다.


무슨 일이든,

중요한 일을 앞두고 전날 밤을 새우는 것은 현명한 게 아니다.

차라리 몇 가지를 포기하더라도 푹 자는 것이 지혜롭다.

내 경험으로는 확실히 그렇다.


그러나 일상이 관리되지 않는다면,

컨디션을 좋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평소 날마다 늦게 자는 사람이,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고 쉽게 잠들 수 있겠는가.

몸은 이전에 잠든 시간을 기억한다.

더하여 빨리 자야 한다는 생각이 반대로 잠드는 것을 방해한다.


어느 정도는 일상이 관리될 때,

중요한 순간에 좋은 컨디션을 만들 수 있다.

한 주에 이틀은 밤에 놀고 싶다면 5일은 일찍 자자.

한 주에 이틀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면 3일은 운동을 하자.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나머지는 건강하게 먹자.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그분은 술을 마시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했다. 얼마나 마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다면 인정할 수밖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일상을 관리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제 해년마다 찾아오는 두려움이 발길을 끊었다.

아예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왔다가 초인종만 누르고 다시 떠나간다.

들어왔다가도 금세 쫓겨난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 걱정, 두려움은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최고의 컨디션인 순간에도 그런 감정이 든다면,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니,

불안과 걱정, 두려움이 느껴지고 부정의 생각이 든다면

확신을 잠시 미루자.


잠을 충분히 자고 운동을 하고 명상을 하고 난 뒤에도 그렇다면,

신중하게 고민할 문제일 수도 있다.


우선은 좋은 컨디션이 기본인 일상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앞으로 다가올 중요한 순간을 위해,

오늘도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자.

그것이 나를, 내 삶을,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는 길이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15화안녕을 위한 세 번째 필수조건,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