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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llflower Oct 15. 2017

특별편. 첫 오픈 살롱을 열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던 나에 대하여.

 

4년 전, 유럽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꺼내어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찡그리고 있든, 이상하게 웃든, 눈이 작게 나왔든, 머리가 엉망진창이 됐든 상관없이 예쁘다. ‘아니 이렇게 잘 나왔는데 왜 SNS에 안 올렸었지?’ 한참 생각하다 보면 답이 나온다. 그 때의 나는 이 사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찡그리고 있어서, 이상하게 웃고 있어서, 눈이 작게 나와서, 머리가 엉망진창이 되어서. 결과적으로 내가 너무 못나서.


 4년 전의 유럽 여행 사진이 내게 알려주는 건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의 단점을 잘 찾아내는 사람인지이다. 남들은 신경도 쓰지 않을 내 얼굴을, 내 머리를, 내 모습과 포즈를 뜯어보며 내가 얼마나 엉망진창인지를 알아내는 데 전문가가 바로 나다. 이것은 살면서도 반복된다. 나에 따르자면 나는 멍청하고, 게으르고, 계획도 없이 살고, 기회를 날리기 일수며, 하고 싶은 일도 없는 구제불능이 된다.

 

 4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4년 후의 내가 나를 예뻐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 그저 ‘나 자신’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흘러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나에게 단점을 찾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그러니 비로소 나 그대로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블루밍살롱의 첫 오픈 살롱을 열면서도 이런 것을 바랐다. 빛 바랜 사진을 애정 어린 눈으로 보고 있을 누군가가 지금의 자신도 그런 눈으로 바라보게 되길 말이다. 살면서 3주 정도의 시간은 써도 좋지 않겠나. 나조차도 궁금해하지 않던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에 말이다.




#1. 나와 만나는 시간

 우리는 9월 첫 주의 주말에 처음 만났다. 다소 더웠던 그 날, 어색해하던 우리가 처음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던 것은 3주 간 이어질 오픈 살롱의 규칙이었다. 블루밍살롱이 지향하는 중요한 몇 가지 규칙들 말이다. 그 규칙은 다음과 같다.


- 나이, 학벌 등을 묻지 않는다.
- 스스로 만든 이름으로 소통한다.
- 다른 사람의 생각, 느낌, 의견을 비난하지 않는다.
- 편견 없이 듣는다.
- 말하고 싶은 내용만 말한다.
- 공유하고 싶은 만큼만 말한다.
-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한다.

 

 적어도 이 곳에서 있는 3시간만큼은 어떤 가면도 없는, 온전한 스스로의 모습으로 편안하게 있길 바랐다.

가지런히 주인을 기다리는 오픈 살롱북. 가운데의 로고는 블루밍살롱의 공식 로고.


  우선 우리는 이름이 필요했다. 3주 동안 자신의 이름 대신 불릴 새로운 이름. 우주, 달, 그리고 월플라워처럼 각자의 소망이나 꿈, 좋아하는 것들이 녹아 있는 따뜻한 이름 말이다. 그래서 손틈새, 키키, 지금, 그리고 테오라는 이름의 친구들이 생겼다. 자칫 낯설 수 있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새 이름을 짓는 데 진지했다.


 그 다음에 우리는 '목표'를 세우고, 이루어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쓸모없어도 괜찮아' 가 그 주인공이 됐다. 일상에서, 또 일생에서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그야말로 '쓸모없는' 일들을 해보는 일이었다.

 


랜덤으로 적어 추첨한 '쓸모없어도 괜찮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다.


 마지막 작업은 우리가 만날 3주 동안만이라도 몰두할 수 있는 개인 프로젝트를 정하는 일이었다.


<달마다 프로젝트>
- 지금: 디지털 디톡스 (4시간/1주일)
- 손틈새: 몸무게 앞자리 바꾸기 (-2kg, 편의점 음식 안먹기)
- 테오: H언니에게 소포 보내기 (달력 만들어 보내기)
- 키키: 미용실 가기 (염색/커트)
- 달: 프랑스 자수 해보기 (최소 1개 완성)
- 우주: 계획한 일정 집중하기 +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기
- 월플라워 : 10회 소설 시놉시스 완성
- 뜸 : 매일 감사한 일 적어보기
- 여비 : 일주일에 최소 5번 30분 이상 운동하기 & 1일1팩하기
- 슬슬 : 날마다 108배
- 이지 : 일주일 2번 3km 달리기
- 아람 : 하루 최소 30분 베이스 실력 늘리기


 모두 다 지키길 바라며 프로젝트를 정한 건 아니었다. <달마다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만 하고 미루고, 그걸 시도조차 하지 않은 나를 한심하게 여기는 일을 그만 두는 것이었다. '시도'를 시도해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라면 목표랄까.


 

1회가 끝날 때마다 받았던 좋은/나쁜 피드백.



 우리는 매 회차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피드백과 나쁜 피드백을 받았다. 1회가 끝나고 첫 피드백을 보는 마음이 무척이나 떨렸다. 그러나 정말 다행히도, 우리가 목표로 한 것을 참가자들이 고스란히 느껴주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속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친절하게 들어주는 시간을 사람들은 필요로 했던 것 같다. 블루밍살롱을 시작할 때 우리 셋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낯선 사람이기 때문에 내게 보내줄 수 있는 무한한 응원같은 것에 위로받은 것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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