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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에 나가는 마음

오늘 내가 당신에게 주고 싶은 것들

by 연휴


지방 생활을 하다보니 서울에 가는 날들이 드물어졌다. 친구들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있는만큼, 혼자 보내는 주말이 많아졌다. 그래서 서울에 가는 일정이 정해지면 몰아서 약속을 잡고는 한다. 혼자 있는 시간도 의미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대화를 나누는 순간도 무척이나 소중하다.


나에게 관계란 결국 크고 작게 사랑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겐 사랑이란 말이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지만, 나는 사랑 없이 설명할 수 있는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연인 사이에는 물론, 우정에도, 직장에서의 동료 관계에도, 스승과 제자 사이에도 저마다의 사랑이 있다. 단지 크기나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사랑은 꽤나 넓은 개념이며, 한 가지 예시나 영역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무겁고 어려운 질문이지만, 아주 추상적이고 느낌적으로만 얘기해본다면, ‘주는 마음’인 것 같다. 조건이나 대가를 크게 바라지 않고 무언가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여기서 준다는 것이 꼭 물건이나 재화를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사람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 의미 있는 경험을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 감사나 환대를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까지도, 사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나는 ‘주고 싶은 마음’을 챙겨나가려 한다. 누군가 지나가듯 필요하다 말한 무언가를 선물할 수도, 평소 고마웠던 마음을 담백하게 표현할 수도, 숨겨 왔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도 있다. 그들이 소중한 만큼 환대의 경험을 안겨주고 싶다. 궁극에는,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가치 있게 남을 수 있도록 애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진심이 필요하다. 결코 건성으로 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농담과 고민과 마음을 나누기로 한다. 함께 삶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로 한다. 평생 동안이든 한 순간 뿐이든, ‘지금’을 함께 나눈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관계는 충분히 의미 있다.


다시, 약속에 나갈 때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형태로든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언가 줄 수 있길 희망한다. 숨겨둔 고마움을, 엉뚱한 농담을, 따뜻한 환대를, 의미 있는 시간을. 내 곁을 함께 해주는 사람들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스스로에게 일종의 사명감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안 되겠다. 나는 여전히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약속에 나갈 것이다. 오늘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기분 좋게 상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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