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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에 대한 생각

극복이 아닌 관리

by 연휴

누구에게나 단점이 있다. 오로지 좋은 점만 가진 사람은 현실에 없다. 아무리 완벽해보이는 사람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만의 흠이 있기 마련이다. 그는 단지 자신의 단점을 잘 숨기고 있을 뿐이다. 단점이란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일부이며, 삶의 마지막 장면까지 함께해야 할 파트너와도 같다.


단점을 없앨 수는 없다. 내 안의 모든 단점을 남김없이 제거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이다. 그렇다면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단점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의 문제만이 남는다. 누군가는 감추려 애쓸 것이고, 누군가는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할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인정하고 그대로 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의 단점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다.


물론, 이러한 태도에 정답은 없다. 다만 나는 모든 단점이 ‘극복’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단점은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의 또 다른 면이기도 하다. 가령 나는 지나치게 걱정이 많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는 사실 신중함이라는 장점이 가진 다른 측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무언가 신중하게 결정할 때 걱정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여러 잠재적 변수를 미리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어떤 단점은 그 사람의 장점과 깊게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가 동전의 양면처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도 하다. 그 단점을 제거하려는 일은 곧 장점을 없애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단점이 장점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너무 가끔 씻어 몸에서 냄새가 난다면, 이는 반드시 극복하고 제거할 필요가 있는 단점일 것이다. 그러나 장점과 이어져 있는 단점은 반드시 극복해야만 할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내면에 깊숙이 새겨진 기질이며, 그 사람만의 고유함을 이루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단점을 가만히 둔 채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역시 위험할 수 있다. 나의 경우, 걱정이 불필요할 정도로 거대하게 불어나 나 자신을 피폐하게 만들 정도에 이른다면, 그 단점은 나를 해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단점을 극복하려 무리하게 애쓰거나, 반대로 완전히 방치하는 것은 모두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단점은 잘 ‘관리’해야 할 무언가라고 믿는 편이다. ‘관리’란 단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그것이 삶을 해치는 데에는 이르지 않도록 부단히 애쓰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장단점을 모두 수용하면서, 장점의 반대쪽 면이 나를 해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관리는 꾸준해야 한다. 모나지 않도록 틈틈이 사포질을 해주고, 먼지를 털어주어야 한다. 과한 걱정이 문제라면 평소 스스로의 감정을 잘 관찰하고, 문득 찾아오는 걱정들을 곱씹어 생각해보며 과장된 측면은 없는지 살펴볼 수 있겠다. 때로는 걱정되는 마음에 대해 마구 써내려가 보며 감정의 뿌리를 발견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잘 관리된 단점이 성숙한 자아를 만든다고 믿는다.


과거 나는 모든 단점을 극복의 대상으로만 여겼다. 단점을 고치지 못한 나를 지나치게 비난했다. 과한 비난은 도피심리로 모습을 바꾸어, 결국에는 나 자신을 올바로 마주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제는 단점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려고 시도 중이다. 단점의 반대쪽 면에 무엇이 있는지 관찰하려 한다. 회피하는 대신 수용하고, 다만 현명하게 관리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 나는 무결점 인간이 되고 싶지 않으며, 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나의 부끄러운 결점이 타인을, 나 자신을 심하게 해치지 않기만을 마음 깊이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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