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죽이지 않는 것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삶의 가장 낯설고 가장 가혹한 문제에 직면해서도 삶 자체를 긍정한다; 자신 최상의 모습을 희생시키면서 제 고유의 무한성에 환희를 느끼는 삶의 의지 ― 이것을 나는 디오니소스적이라고 불렀다."
니체는 그의 저서 ≪비극의 탄생 Die Geburt der Tragödie aus dem Geiste der Musik≫ 중에서 <아폴론적>과 <디오니소스적>이라는 대립 개념을 써서 그리스 비극의 본질에 예리한 통찰을 가했다고 한다. 이후 그 두 가지 관념은 예술 양식상 유형적 대립 개념으로서 또는 일반 문화의 정신적 의의에 대한 해명에 유용한 것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에 이르렀는데, 니체에 의하면 디오니소스적이란 몰아적(沒我的) 도취이고 열광이며 생성 근원에 있는 깊은 에너지이다.
그와 반대로 아폴론적은 개체화 원리에 근거를 두는 관조(觀照)이며, 꿈을 미적인 가상(假象)으로서 영원화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 그는 예술을 이 두 가지 근원적 충동의 화해와 투쟁의 관점으로부터 포착함과 동시에 조형예술과 서사시를 아폴론적인 것에, 음악과 무용을 현상의 모사(模寫)가 아닌 근원 의지의 직접 표현으로서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관련시켰다. 음악의 범주 안에서도 이 유형에 따른 분류는 가능한데, 형식적이며 고전적인 조화와 균형의 음악과, 표출적이며 낭만적인 동시에 동적인 음악과의 구별에 자주 사용된다.
( 파퓰러음악용어사전 & 클래식음악용어사전, 2002. 1. 28., 삼호뮤직)
필자는 니체가 제시한 < 디오니소스적 >이란 개념을 스타트업 창업자가 갖추어야 할 주요한 덕목인 '각성(Awakening)'에 대입해 삶을 위한 영원한 파괴와 창조의 과정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위버멘쉬적 삶'에서 기업가정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해 보고자 한다. 8일간 수백, 수천 달러를 들여 '공동 생산'한 공동작품과 구조물들을 불태우는 캠프파이어를 펼치며 제품이 아닌 경험을 창조하는 모티브, 죽여서 새로운 것을 생산해 낸다는 전복적(Disruptive) 민중 문화, 공유기반의 공동 생산(Common Based Peer Production) 등의 특징으로 상징되는 버닝맨 축제는 구글을 비롯해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에게 서비스 설계 및 비전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직관을 제시한 바 있다. 니체는 이와 같은 디오니소스적 예술 주체의 창조 행위는 다름 아닌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감사라고 표현한 바 있는 데, 이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갖추어야 할 주요한 덕목인 '각성’의 개념을 완성한다.
전 세계 200여 국의 1억5천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비즈니스 인맥관리 서비스 링크트인(LinkedIn)의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의장인 리드 호프먼은 “기억하라. 스스로가 리스크를 찾아 나서지 않으면, 리스크가 당신을 찾아낼 것이다(Remember : If you don’t find the risk, risk will find you)”라며 일부러라도 자주, 제한적으로나마 리스크를 감수하며 적절하게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을 가져오는 역설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불안정의 역설, 작은 산불로 대형 산불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필요한 '각성’이란, 개체화된 질서를 통해 미적인(허구적) 완성을 추구하는 <아폴론적>이 아닌, 지속적인 창조와 파괴의 고통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자신의 존재를 완성하는 행위에서 찾을 수 있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자신의 성공 비결을 '올드보이'와 '피카소'라고 밝힌 바 있다. 김범수 의장은 "영화 올드보이를 보면 15년을 가두잖아요. 최민식이 '어떤 놈이 대체 날 가뒀나?' 고민하고 관객들도 그 느낌을 쫓아가죠. 하나씩 비밀이 풀어지니까 '저래서 가뒀구나!' 하죠. 그런데 영화가 끝나나 싶었는데 유지태가 딱 한 마디 합니다. "당신이 틀린 질문을 하니까 틀린 답만 찾을 수밖에 없다"고, "'왜 가뒀나?'가 아니라 '왜 풀어줬나?'가 올바른 질문이라고 말이죠. 거기서 땅 때리는 느낌을 받았어요"라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정의하는 능력을 강조하며 리더의 능력은 답을 찾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할 줄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김범수 의장은 남들이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릴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서 세계 최고가 된 피카소의 예를 들며, 문제 해결을 위한 '관점의 이동'을 강조하고, 이를 내재화하고 습관화해 경쟁력으로 승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오니소스적> 창조와 파괴 역시, 벡터(방향성)는 필요하다. 이와 같은 방향성은 창업자가 긴 호흡으로 추구해 나가는 궁극적 가치다. '북극성'을 따라가는 것,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스스로 주인으로서 사유 하며 문제를 인지하고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던져진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해 나아가는 훈련에만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객관적으로 문제를 인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관점을 설계하는 과정은 여전히 도전적인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