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에게 전화 응대는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걸까
신입에게 전화 응대는 와 아무도 안 가르쳐주는 기고?
어제의 안도감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이틀째 출근길은 어제보다 조금 익숙했고, 큰맘 먹고 산 구두는 발에 맞춰 조금 길들었다. 깨끗하게 닦아 둔 내 책상을 마주했을 땐, 어엿한 내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희미한 자신감마저 피어올랐다. 그래, 어제 하루를 버텨냈으니 오늘도 어떻게든 되겠지.
그 안일한 생각은 사무실에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차고, 아침의 정적이 깨지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였다.
기술영업팀 선배들의 책상 위 전화기들이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수화기를 들고,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을 능숙하게 내뱉었다.
“예, 부장님. A업체 견적서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기술팀에 문의하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는 애꿎은 모니터만 쳐다보며 속으로 되뇌었다.
‘내한테는 전화 오지 마라. 제발.’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책상 위 검은색 전화기는 불길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침묵이 평화가 아니라, 폭풍전야의 고요함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따르르르릉-!
고요를 찢는 날카로운 벨소리. 하필, 내 자리의 전화기였다. 사무실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고, 모든 시선이 내게로 향하는 것만 같았다. 1초, 2초…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벨소리는 점점 더 나를 재촉했다. 심장이 발끝까지 곤두박질치는 기분이었다.
결국 더는 버티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아, 예… 여..여보세요…?”
“거 기술영업팀 맞지예? 지난번에 문의했던 ABC-100 모델, 호환성 테스트 결과 나왔습니까?”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단호했다.
‘ABC-100 모델? 호환성 테스트? 그게 대체 뭐지? 나는 어제 첫 출근했는데….’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만 벙긋거리고 있을 때, 옆자리의 그 선배가 내게 전화를 돌리라고 손짓을 하였고 대신 전화를 당겨받았다.
“아, 예, 고객님. 담당자 바로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선배는 짧고 명료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나는 그가 전화를 돌리고 나서야 멈췄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선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괘안타, 괘안타. 신입은 다 그런기라. 첨부터 잘하면 그게 신입이가. 근데 인자 곧 주간 회의 시작인데, 준비는 됐나?”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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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응대보다 더 큰 재앙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