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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공유 Nov 11. 2019

Blues is Blue.

음악과 향기는 기억을 불러오는 3종 세트다. 몇 년 지나 꺼내 들으면 신기하게도 예전 기억이 펼쳐진다. 음악과 기억을 관장하는 부분은 같이 움직이나? 복잡한 건 잘 모르겠지만, 냄새와 음악은 어떤 공간과, 그날의 기억을 불러오는 ‘추억의 빔’을 쏴 펼쳐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수면교육을 시작한다며 내 방이 생겼다. 아홉시 뉴스가 시작되면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이제 곧 자러 방에 들어가야 하는구나.’ 무섭고 싫었다. 엄마는 이불을 깔아주고 보조등으로 바꾸기 위해 ‘달칵’ 끈을 당겼다. 그럼 빨간 불빛으로 바뀌는데, 나는 붉은빛이 무서웠다. 마루에는 사슴, 꿩, 올빼미들의 박제가 가득해서 거실을 지나 안방으로 가는 게 더 겁나는 일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TV 채널이 다양하지 않았고 열한시가 지나면 볼 수 있는 방송이 거의 없었다. 지지직거리는 송출 화면은 외로웠고, 늦게까지 해주던 토크쇼나 토요명화만이 내 두려움과 밤을 새워주었다. 동그란 채널 스위치를 드르륵 돌리곤 화면만 바라본 채 잠들기 위해 애썼다.

  작은 티브이를 잠들 때까지 의지했던 기억. 그때 흘러나오던 토크쇼의 색소폰 소리. 케니지의 모습이 어우러지며 났던 색소폰 소리는 서른일곱이 된 지금까지도 저릿하다. 


  좋은 건지 아찔한 건지 모르겠다. ‘빠바밤’ 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쿵쾅댄다. 좋아했던 음색인 것은 맞는데 하필이면 어린날의 트라우마와 뒤엉켜 재즈는 내게 아픈 음색으로 각인되어 있다. 드라마 속 차인표가 멋지게 색소폰을 불며 속눈썹을 과시할 때도 몽롱하면서 울적했다.        

  

재즈, 색소폰의 음색을 갖춘 음악을 블루스라고도 부른다. 
블루스는 그런 노래란다. 
사람의 마음을 슬프게 해서 돈을 버는 것 
BLUES IS BLUE라고...  
        

  

아끼던 동생과 갔던 붉은 조명의 이태원 재즈바. 회사 선후배로 만나 사소한 것에도 낄낄대던 우리는 다섯 살 차이. 공통점이 많아 깊숙이 친해졌다. 닮은 듯 다른 너와 나. 낭만이 고프다며 급하게 만나서 밴드의 재즈연주를 들으며, 포근한 폴라티에 얼굴을 묻고 와인을 홀짝댔다. 술에 술을 더하고 당시 만나던 남자들의 이야기를 덮고 덮었다. 추운 겨울 꽝꽝 얼어버린 길바닥에 부츠 굽이 미끄러지는 것조차 즐거워 꺅꺅 댔다.     

  다음 해 그녀가 별이 되었을 때 다시는 너와 실없는 말을 주고받지 못한다는 먹먹함과 함께 떠오른 건 빨간 조명의 재즈바였다. 나는 여전히 추운 겨울이 되면 종종 그날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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