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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공유 Nov 14. 2019

습관 들이기

                                          

  나는 청소가 싫었다. 주방에서 배를 적셔가며 실컷 설거지하고, 불 앞에 서서 요리하고 잠깐 쉬다 일어나면 그새 주방에 가서 다시 물로 적셔야 하는 집안일. 종일 닦고 치우고 씻어내도 조금 어질러지면 티가 안 나 버리는 일.      

  새벽 출근하는 신랑이 안쓰러워 집안일은 모두 내가 맡아했다. 신생아 때부터 혼자 꼬박 밤을 새우며 14개월간 수유를 했다. 아이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책으로 만들고, 책을 읽어주고 놀아주는 일, 씻기고 입히고 재우는 일 모두 내 몫이었다. 덕분에 신랑은 아이 손발톱은 깎아 본 적이 없고, 목욕도 해준 적이 손에 꼽아 시킬 때마다 어설프다.     

  그렇게 아이가 24개월이 되었을 즘 내 삶의 중심을 잡고 싶어 졌다.  공부를 다시 했다. 글쓰기도 시작했다. 동시에 시작한 일이 두 가지. 글쓰기와 학교, 육아는 필수라면 집안일과 청소는 조금 놓아야 살 수 있었다. 밤 열한시에 수업을 듣고 온 날 눈알이 핑글핑글 돌만큼 체력이 방전되기를 여러 번. 청소나 설거지를 볼 겨를 없이 잠들기 일쑤였다.      

  짐은 점점 쌓였고 집안은 순식간에 어질러졌다. 하루 날 잡아 청소를 하면 네다섯 시간이 훌쩍 지나가게 되는데 ‘이 시간에 책을 읽으면, 글을 쓰면’ 하는 아까운 생각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렇다고 매번 퇴근하고 오는 신랑만 기다리며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외벌이 살림에 가사 도우미에게 월급을 준다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두 달간 예약해 만난 클리너. 내 첫마디는 “저 좀 도와주세요.”였다. 

 이곳은 시골이라 클리너 구하기도 어렵지만, 제대로 해줄 분 만나기는 더 어렵다. 나는 운이 좋게도 연이 닿았다. 그녀는 원래 정리를 좋아한단다. 시골로 이사와 적적한 하루가 늘어갈 즈음 잘하는 것이 무얼까 생각해보다 알바로 시작하게 된 것이 이렇게 되었다고. 걸걸한 음성에 자신의 인생 히스토리나 말투가 솔직해 청소하며 털어내는 수다를 듣는 시간도 재미가 있었다. 그녀의 손끝마다 어질러진 집안에 바람길이 생기듯 말끔해진다. 숨통이 트였다. 첫날 싱크대의 수채 구멍까지 닦아 내더니 주방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 다음은 욕실, 그 다음 날은 2층 방, 다음날은 다용도실.

  마치 도장 깨기를 하듯, 답 없던 공간들에 활기를 넣었다. 단순히 쓸고 닦는 것이 아닌 구획 정리를 했다. 궁금했다. 그녀의 집이. 

“이모님 댁은 어떤지 궁금해요~ 늘 이렇게 수건으로 벽까지 닦아내세요? “ 

“매일 청소를 하면 모든 청소가 15분이면 끝나요.”      

  15분이라. 내게 청소는 그야말로 커다란 산 하나를 치울 만큼 고된 것이었다. 몸이 쑤시고 눈이 따가워질 정도로 청소를 해도 다음날이면 같은 모양새. 그러다 보니 고되게 시간을 쓰지 않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청소라는 건 ‘날 잡아 뒤집는 것’이었다.      

 “15분... 한번 해볼까.”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청소를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환기를 시키곤 이부자리를 정리했고, 밀대로 바닥 이곳저곳을 훔쳤다. 손걸레를 가지고 테이블의 먼지를 훔쳐냈고, 욕실은 물을 끼얹지 않고 걸레로 닦았다. 늘 뿌옇게 칫솔질이 튀어있던 거울과 수전은 윤이 났고, 변기와 욕조도 물기 없이 쾌적했다. 아이가 욕실로 들어갈 때면 늘 “지지”를 외쳤는데 요즘 우리 욕실은 그야말로 밥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해졌다. 

  그렇게 손걸레로 닦아낸 뒤 신발장까지 닦으면 그날의 청소가 끝이 난다. 신기했다. 첫날은 삼십 분가량 걸렸다. 이제 한 달이 되었는데 이십 분이면 하루의 청소가 끝이 난다.      

  정리 후 향을 태우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컴퓨터를 켜곤 타닥대며 글을 적는다. 집이 정리 되었을 때 집중도가 높다. 습관 하나를 길들이면서 내가 마음에 드는 순간을 늘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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