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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사저 논란이 건드린 것은?

춘추관 일기 5...대통령은 농사를 했었나

by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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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부동산 투기 기사를 쓰기 쉬웠던거 같다. (물론 그때는 막 취재차 타고 논을 둘러보고, 이장 만나면 견적이 딱...)


이명박 정부 초기에 장관이 지명되면 지번을 들고 돌아다니는게 일이었다. (취재차에 네비게이션도 달려있지 않아, 주변 부동산에 들러 지번도를 확인하는건 필수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기자들은 땅을 사랑하는 장관 후보자들을 낙마시키거나 주저앉혔다. 당시에 체크하는 기준은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예를 들어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의 경우 "이때는 농지개혁법에 따라, 주소지가 농지 소재지에 있고 농지매매증명을 받아야 농지를 살 수 있었다. 이후 정부는 위장전입을 통한 농지 소유와 투기를 막기 위해 88년 11월부터 외지인은 가구주를 포함한 가구원이 모두 6개월 이상 농지 소재지에 살아야 농지 구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 시기에 논을 구입했기 때문에, 경자유전 원칙을 어겼다고 판단하는건 쉬웠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뒤 사저 논란 기사를 쓰는건 훨씬 애를 먹었다. 농지법은 여러차례 개정을 거치며, 주말농장도 허용하고, 외지인들이 귀농을 위해 땅을 사겠다면 허용하는 방안도 만들었다. 이미 도시인들의 농지 보유가 40% 이상이라는 통계도 어느 뉴스에선가 본 것 같다. 어 전 총장을 낙마시킬때 경자유전 원칙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었다.


물론 지자체들은 아직도 농지법을 지키기 위해 전수조사를 통해 단속하고 이행강제금을 물리기도 하지만, 이번 엘에이치 투기 의혹 사건에서 보듯, 모두가 이를 피해갈 수 있는 허점을 알고 있었다.


LIM39740.jpg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기존 경남 양산 사저 뒷산을 산책하는 사진. 청와대 제공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퇴임 뒤 귀향을 위해 농지를 사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왠만해서는

농지법을 건드리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다.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한 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전체 부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농지법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유실수를 가꾸는 등 농사 비슷한 것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법을 지키는 것이니까. ㅎㅎ


이번에 청와대가 실정법을 어겨가며 추진하진 않았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실정법인 농지법 자체가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낸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퇴임 뒤 지방으로 돌아가는 특별한 경우를 어떻게 봐야할까? 농지법의 예외 규정을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이같은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그냥 서울이나 수도권 어디 집을 구해야할까.


기사를 쓰면서, "그정도 하시지요" 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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