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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May 28. 2016

나는 여관이 좋다

아버지 또 술 드셨다


깨졌다가 붙여놓은 소반같은 둥근 달이

네 다리라도 성해보자며 손을 잡아끈다


발걸음마다 저마다의 불빛으로 돌아가는데

지하도 구석의 종이 박스 눈에 밟히고

전봇대의 구인 광고

숙식 제공 네 글자만 확대되는 저녁

십자가보다 높은 곳에서

따뜻하게 번쩍이는 몇 만원짜리 구원


그 빛이 아쉽지 않은 너처럼, 나도

저 붉은 간판들, 역겨웠으면 좋겠다

베개에 묻은 타인의 머리카락

참을 수 없었으면 좋겠다



그 절박함을 알 리 없는 너처럼

나도, 베개에 묻은 타인의 머리카락

참을 수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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