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또 술 드셨다
깨졌다가 붙여놓은 소반같은 둥근 달이
네 다리라도 성해보자며 손을 잡아끈다
발걸음마다 저마다의 불빛으로 돌아가는데
지하도 구석의 종이 박스 눈에 밟히고
전봇대의 구인 광고
숙식 제공 네 글자만 확대되는 저녁
십자가보다 높은 곳에서
따뜻하게 번쩍이는 몇 만원짜리 구원
그 빛이 아쉽지 않은 너처럼, 나도
저 붉은 간판들, 역겨웠으면 좋겠다
베개에 묻은 타인의 머리카락
참을 수 없었으면 좋겠다
그 절박함을 알 리 없는 너처럼
나도, 베개에 묻은 타인의 머리카락
참을 수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