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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Feb 19. 2021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 이형란



밑창이 한일자로 갈라진 줄도 모르고
자신있게 신고 문을 나섰다
이렇게 금방 젖을 것까지야

결혼은 신발과 같다던가
표정관리만 잘 하면
얼마나 찢어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축축한 것도, 억울한 것도
다 내 사정

점심 땐 분위기를 양식으로 몰고간다
신발 벗는 곳은 절대 안된다
동반 모임 때마다
일 있다 핑계대는 별거부부처럼

종일 쿨렁거리고 다니다보니
되려 따뜻한 듯도 싶다
매 맞으며 그냥 사는 사람들도 있다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벗어던진다
구리다, 고맙다
벗어버릴 수 있는 게 구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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