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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Feb 20. 2021

잔바람 부는 날


 (사진 : 박영애)


잔바람부는 날  / 이형란



암묵적으로 우리는 모두
흔들리는 것들에 가슴 설레지만
드러내어 말하지 않는 것 하나
살짝만 떨려야 한다는

가만히 있는 오리에
잔 물결 부딪혀 이는 둥근 파문이나
반듯한 호수에
바람을 탐한 버들의 춤사위가 비칠 때
아름답다고 하지

제자리에서 느끼는 미세한 진동
그걸 넘는 광풍에는
아무도 머물 수 없어

너도 출렁이고
나도 휘청한 그 봄, 그 거센 바람
아름다울 수 없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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