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궈 / 이형란
사천식 매운 샤브샤브에
노란 호박을 넣는다
자식 첫직장 보내는 심정
후딱 끓고 후딱 데어
연신 자리 옮기는 세상,
너만은 한 자리에서
묵직한 맛을 내거라
뜨겁고 매운 맛도 좀 봐야지
설익고 풋내 나
한 입 베어먹고 뱉어진 후에
다시 익기는 더 어려운 법
그래도 속속들이 무너질 때까지
미련하게 버티진 말길
흩어진 관계의 잔해 속에서
뒤늦게 건져낸 네가
매캐하게 찌들어
널 사랑하는 이조차
고개를 돌리게 해선 안된다
마지막까지 너를 지켜
네 향기로 떠올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