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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May 06. 2016

바람

바람이 먼저였는지, 술이 먼저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언제부터인가

바람 속에서 술기운이 느껴지고


바람이 불면 붉게 취기 오른 꽃들이

제 청춘이 다 지는 줄도 모르고

치마를 펄럭거리며 춤추는 것이 보였을 뿐이다

비를 머금은 바람일수록 술내가 강한 걸 보면

바람은 어쩌면 비에 담긴 술을

어디론가 날라만 가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네 웃음에 취한 것도 바람 부는 날이었고

네 흔들리던 고백도 실은

바람을 너무 많이 마셔서였다 하고

바람이 거센 날이면 유독

떠나거나 돌아오는 사람이 많아지기도 했다


지레 술이 오르는, 바람 부는 저녁이다

술 고픈 인생들 길을 나서고

벌써 취한 나무들 몸을 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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