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4.16
그날 아침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밤사이 숙직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해 집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출근한 아내, 당시 여자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빠 큰일 났어. 수학여행 간 학생들도 많다는데,
빨리 구조해야 할 텐데.......”
비몽사몽인 상태로 TV를 켜자 선체가 반쯤 기울어져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앵커의 입을 통해 ‘전원 구조’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고 약 3시간 뒤 다시 일어났을 때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돼있었다. 치명적 오보를 뒤로하고 우리는 모두가 기억하는 그 일을 목도하게 되었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딸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
“아빠 배 타고 싶어.”
“응? 배? 왜? 왜 배를 타?”
“하연아, 우리는 배는 타지 말자. 비행기도 있고 자동차도 있잖아? 응?”
딸이 배를 타고 싶다고 했을 때 덜컥 겁부터 났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오빠 나는 하연이 어딜 가도 배는 못 태울 거 같아......”
“응. 그렇지? 참.......”
굳이 ‘세월호’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의 마음에 어떤 감정이 스쳐가고 있는지 우리는 당연스레 알 수 있었다. 알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제법 시간이 흘렀다.
나는 결혼을 해서 한 사람의 배우자가 되었고, 또 시간이 흘러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자식을 가져야만 알 수 있다는 그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결혼 전 오늘은 그저 슬픈 날이었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긴 뒤 맞이한 오늘은 둘이 함께 있어도 기억하는 것조차 힘든, 참 버거운 날이었다.
하지만 부모가 되어 매년 맞이하는 오늘은,
무서운 날이 되었다.
사람인지라 끔찍한 상상을 종종 하게 되고 생각만 해도
감당이 되지 않는 일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으니,
매년 오늘은 그런 무서운 상상으로 가득한 날이 되었다.
우리는 어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선택을 했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과거를 기억해야 할 차례다. 미래와 과거가 교차하는 오늘은 가장 중요한 날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니까.
그래야 우리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언젠가 그 끔찍한 상상을 안 할 수 있는 날이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