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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Jun 17. 2020

아나운서가 가장 어려워 하는 것? 발음?발성?애드리브?

12년 동안 톤 못 잡아서 마이아파

*아나운서 파헤치기. <김나진 아나운서의 마.이.아.파.>는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음껏, 토록 자세히, 나운서라는 직업을 한번, 헤쳐봅니다! 아나운서 하면서 그동안 마.이.아.파.왔거든요^^*

1편 <아나운서요?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이죠?>

2편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는? 연봉은?>



아나운서 일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일이 무엇이었을까. 내가 꼽은 가장 고난도의 기술은 정확한 발음도 아니요 편안한 발성법도 아니다. 현란한 애드리브나 저세상 텐션은 더더욱 아니다. 바로 상황에 맞는 톤을 잡는 일이다.

 목소리 톤을 잡는 일은 언뜻 쉬워 보일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나는 올해로 13년 차 아나운서이지만 지난 12년 동안 톤을 잡지 못해 참 마이 아팠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톤을 즉각 잡아내는 일은 최소 10년 정도의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물론 나처럼 12년 넘도록 일정한 톤을 못 잡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숙련된 아나운서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소리를 연출해낸다.
 악기 연주자가 오랜 노력과 연습으로 가장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만들어내듯이 아나운서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목과 성대, 배, 몸의 긴장도 등을 가다듬어, 내게 가장 걸맞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톤을 목소리의 크기와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두 가지는 엄연히 다르다. 소리만 크게 지른다고 해서, 혹은 작게 읊조린다 해서  톤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톤은 목소리의 높낮이다.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칠음계처럼 크기와 상관없이 높고 낮은 일정한 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내게 가장 알맞은 톤과 크기가 어우러질 때 제일 멋진 소리를 만들어내며 울려 퍼진다.

내가 낼 수 있는 톤이 1(가장 낮은음)부터 10(가장 높은음)까지 있고, 내가 낼 수 있는 크기가 1(가장 작은 소리)부터 10(가장 큰소리)까지 있다고 쳐보자.
 1부터 10까지의 톤과 1부터 10까지의 크기, 10 곱하기 10, 100가지 조합의 목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100개의 목소리 후보 중 내가 가장 편하게 낼 수 있고 가장 좋은 음색을 띄는 목소리를 찾는 것이 아나운서들의 가장 큰 숙제인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에 따라 그 적당한 목소리는 달라진다. 응원 소리로 가득한 스포츠 현장 리포팅을 나간 아나운서는 8번 톤 정도에 9번 크기를 버무려야 할 것이고,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골을 터트렸을 때 스포츠 캐스터는 10번 톤에 10번 크기 혹은 그 이상을 짜내야 할 것이다.
심야 라디오 DJ는 2번 톤 정도에 2~3번 크기로 말해야 할 것이고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아침 뉴스 앵커는 5번 톤에 6~7번 크기 정도로 리딩 해야 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숫자로 표현해봤지만 사실 이것은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수천 번, 수만 번의 경험과 연습을 통해서 내가 내게 주어진 목소리라는 악기를 어떻게 연주할지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기계 혹은 피아노처럼 몇 옥타브의 '도'를 치면 그 소리가 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시간이 제법, 상당히 걸린다. 그 과정은 참 마이 아프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그 절대 소리를 찾을 수 있다. 내가 언젠가 만나게 될 그 소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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