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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Jul 15. 2020

아나운서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세상을 보는 다양한 방법에 대하여

*아나운서 파헤치기. <김나진 아나운서의 마.이.아.파.>는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마음껏, 이토록 자세히,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한번, 파헤쳐봅니다! 아나운서 하면서 그동안 마.이.아.파.왔거든요^^*


1편 <아나운서요?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이죠?>

2편 <아나운서의 고용 형태는? 연봉은?>

3편 아나운서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 발음? 발성? 애드리브?

4편 <라디오 DJ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5편 <아나운서 되려면 무슨 과를 나와야 하나요?>

6편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우는 직업, 리포터>



방송국에는 수많은 직종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PD, 기자, 카메라맨, 엔지니어, 경영, 아나운서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하나의 직군 안에서 업무는 더 세분화된다. PD는 예능, 드라마, 시사, 교양, 라디오 등으로 나뉘고 기자는 출입처에 따라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문화부 등으로 나뉘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이 존재한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일도 아주 다양하니 요구되는 덕목 또한 각자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각각의 직업군에 요구되는 덕목을 하나의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쉽지 않지만, 이렇게 표현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기자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 PD에게는 '세상을 보는 나만의 시선', 아나운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이다.


 아나운서가 행하는 모든 일의 기본은 바로 따뜻함에서 출발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할 줄 아는 것이 아나운서의 시작점인 것이다. 어려운 이웃과의 만남, 도움이 필요한 장소, 행복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든 아나운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하며 스토리를 이어가야 할 줄 알아야 한다. 반면 기자는 사건을 냉철하게 분석해 비판적인 요소를 찾아야 할 것이고, PD는 자신만의 개성을 프로그램에 녹여야 한다.

 예를 들어보면 전통시장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아나운서, PD, 기자가 방송을 한다 쳐보자.

 아나운서는 그곳에 계신 상인들의 어려움을 최우선으로 듣기 시작할 거다. 그리고 시장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할 것이다. 소외된 사람이 없도록 따뜻하게 구석구석을 바라보면서.

 반면 기자들은 시장에 숨겨진 비리, 혹은 잘못된 관행들을 파헤치려 할 것이다. 시장이 개선되기 위해 잘못 운영되고 있는 실태를 고발할 것이다. PD들은 시장의 특별한 스토리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노포에 대한 이야기, 한 평생 시장에서 장사한 돈으로 다섯 자식 대학 보낸 이야기 등 자신만의 시선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몇 개 더 덧붙여 보겠다. "이런 거 말고 다른 거 없나요?"라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단연 '체력'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아나운서에게는 더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체력이다.

 말하는 게 뭐가 그리 힘드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실제 한번 돌이켜보자. 말하는 것이 얼마나 진이 빠지는 일인지 말이다. 사실 이건 한번 던져본 말일 뿐이고, 실제로 아나운서에게 고강도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렇다.

 예를 들어보면 하루는 이런 날이 있었다. 저녁 7시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중계하고 이어지는 새벽 2시에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계한 날이 있었다. 대개 스포츠 중계는 경기 두세 시간 전부터 현장에 스탠바이 해서 준비하고 오프닝을 미리 촬영하기에 그날은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꼬박 15시간 동안 방송을 이어간 것이다. 하필 그 축구 경기는 역대급 명승부로 연장전이 펼쳐지며 3시간을 주야장천 떠들었고, 이어진 메이저리그는 타격전이 펼쳐지며 4시간을 훌쩍 넘겼다.

 "맨날 그런 거 아니잖아?"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런 날이 꽤, 상당히 많다. 일상적인 업무에 회사에서 밤을 새우는 숙직 근무도 한 달에 두 번꼴로 하게 되니 체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힘들어서 종종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중계만 그런 거 아냐?"라고 또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에 다루었던 리포터 같은 현장, 혹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뉴스 특보, 선거방송이나 특별생방송처럼 온종일 방송해야 상황은 아나운서들에게 이례적이 아닌 일상적인 업무의 범주 안에 있기 때문에 꼭 체력을 길러둬야 한다.


 아나운서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친근함, 따뜻함 그리고 체력까지. 거기에 더해 담대함이라든지 시청자와의 소통능력, 본인만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개성 같은 덕목이 추가된다면 하나의 완전체 아나운서가 세상에 태어나게 되는 거다. 그런 덕목에 진행 능력 같은 전문성이 또 더해진다면 아마도 또 한 명의 국민 아나운서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물론 그렇게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리 되기엔 마이 부족했다. 그래서 오늘도 마이 아프다.


모든 것을 따뜻하게 바라볼 줄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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