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추억
연애시절 남편에게 처음 받은 꽃은 장미꽃도 아니고, 안개꽃도 아니었다.
남들과 평범한 선물을 주는 게 싫다며 남편이 처음 선물해 준 꽃은 바로 국화꽃.
그냥 국화꽃도 아닌 엄지손톱만 한 초록색 국화꽃 몇 송이가 전부였다. 그것도 꽃집에서 예쁘게 포장해 줬을 포장지를 댕강 잘라서 말이다. (아니 왜 모양 없이 잘라준 거야?)
그 꽃을 받아 들고 한참 웃음이 났었다.
생각해준 그 마음이 고맙기도 하면서, 장미꽃을 내심 기대했던 속물 같은 내 자신이 우습기도 했다.
(지금은 장난처럼 얘기하지만 그땐 그게 사뭇 진지했다)
남편은 남들과 같은 게 싫다고 했지만 나는 남들처럼 평범한 꽃다발을 받고 평범하게 좋아하길 바랬던 것 같다.
집에 돌아와 국화꽃을 꽃병에 꽂는데 우리 가족들이 그 꽃을 보고 나처럼 웃었다.
그래서 남편 말대로 잊을 수 없는 꽃이 되었다.
결혼 전까지 몇 번의 장미꽃을 받았지만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꽃은 초록색 국화꽃이다.
남편의 마음과 에피소드 때문일까.
국화꽃 향기의 추억이 봄이 되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