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하루가 지나고 시원한 밤바람이 불면 무더운 햇살은 잠시 가라앉고 까맣게 뒤덮인 밤이 된다.
밤에 뜬 달은 커다란 밤하늘에 비추는 빛이 되고 반딧불은 내 주위를 맴도는 별이 되어 밤하늘에 떠있다.
그 불빛이 한 곳에 모여 마치 고흐의 작품처럼 별이 빛나는 밤이 되고 그 안의 우리는 그곳을 추억으로 남긴다. 선선하게 부는 밤바람이 손끝을 스치고 바람결에 흘러 온 은은한 풀내음과 저녁 내내 울어대는 매미의 소리 그리고 그것들을 보며 웃는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행복으로 남는다.
추억에는 계절이 담겨있다.
그 계절쯤 문득 떠오르는 각자의 추억이 우리에게 말해준다. 나도 꽤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좋은 일도 많았다는 것을.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누군가에게 도피처 같은 쉼이 되어 줄 공간과 사람 그리고 좋은 기억이 있다면 우린 그것을 밑바탕으로 살아나가지 않나 싶다. 그 영화 속 주인공은 힘든 일상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사계절을 겪으며 각자 계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치유한다. 나 역시 어릴 적 신나게 뛰어놀았던 동네 놀이터 뒤로 지는 가을 노을과 겨울이면 생기는 뽀드득 소리가 나는 눈 발자국 그리고 드넓은 공원 봄 소풍에 빠지지 않던 보물 찾기와 여름이면 계곡에 가 물장구를 치며 맡았던 물 내음을 기억한다. 우린 각자 정해진 양만큼의 기억 파일 안에 다양한 추억들을 담는다. 가끔 정신없이 살다 보면 정리되지 않은 바탕화면 파일들처럼 뒤죽박죽 엉킨 기억들 속에 파묻힌 행복했던 추억을 잠시 잊어버리고 산다.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내는 우리에게 계절과 그 계절을 입은 자연은 우리의 추억을 잊지 말라며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
계절은 정말 그 자리에 있다.
무더웠던 여름의 낮이 지나면 선선한 밤이 온다는 것을. 결국 시간은 모든 것을 지나가게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진리는 절대 변치 않는다는 것을. 계절은 자연은 말한다. 그러니 조금 힘들 땐 오늘의 계절에 맞는 추억 하나씩을 떠올려보며 지나가는 시간에 힘든 마음도 지나가기를 기다려보면 어떨까 싶다.
나무가 시시각각 변하여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비와 햇살 그리고 눈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바라보며 행복했던 그때의 추억을 엉킨 기억 속에 잠시 꺼내어 먼지를 툴툴 털어내어 꺼내 보는 것이 가끔은 이 답답한 일상 속 작은 숨과 사소한 행복이지 되겠지 싶다.
어른이 되어가며 즐거운 추억이 많지 않은 것은 어릴 적 내 모습보다 사소한 것에 즐거움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에 무뎌진 어른들은 추억을 쌓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나지만 이렇게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 속 계절의 변화 안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이든 마음속에 담길 사진 몇 장을 더 많이 가질수록 그런 기억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이 힘든 여정을 버텨내는데 조금은 덜 지치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여름이란 계절 안에서 추억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