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스히 Jul 19. 2022

순수한 따뜻함



우리는 마음 한편에 어릴 적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고 봄이 지나 여름이 되어 갈 무렵 어릴 적 나는 길을 걷다 멈추어 풀들 사이에 있는 숨어있는 행운을 찾아 나서곤 했었다. 풀 속에 숨어 있는 세 잎 클로버들의 방해공작 사이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애썼던 기억이 난다.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의 의미가 있다는 것은 엄마에게 처음 듣고 알게 되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같이 산책을 하며 걷던 엄마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내 팔을 잡아끌었다. 동심으로 돌아간 눈빛을 한 채 나를 위해 무언갈 열심히 찾고 계셨다. 초록색 풀 잎들이 무성한 그곳에서 무얼 찾고 계신 걸까 궁금해 엄마 옆에 같이 쪼그려 앉자 내게 말씀하셨다. 


"네 잎 클로버라고 잎이 네 개로 되었는 식물을 찾아 가지고 있으면 행운이 온대. 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많아서 꼭 잎이 네 잎으로 된 녀석을 찾아야 돼." 엄마 말씀대로 주변을 둘러보니 네 잎을 가진 식물을 찾기가 꽤 어려웠다. 우린 한참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그 네 개의 잎이 주는 특별함과 그 안에 담긴 순수한 마음의 의미는 어른이 된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특별한 아이템을 꼭 가지고 말겠노라고 친구와 함께 무성한 풀 숲을 헤치고 들어가 앉아서는 노을이 질 때까지 하루를 보낸 일도 많았다.


운이 좋은 친구는 같이 찾기 시작한 지 며칠이 채 안됬을 때 그 많은 풀꽃 사이에서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아들고 기뻐했다. 조급한 마음에 친구에게 또 찾으면 나도 하나 달라는 보험을 들어두고는 눈에 불을 켜고 손가락으로 하나씩 집어가며 열심히 찾았지만 결국 해가 질 때까지 찾지 못했다. 역시 난 운이 없구나 하는 속상한 마음에 털썩 앉아 토끼 풀꽃을 하나 꺾어버렸다. 그런 내가 못내 안타까워 보였는지 친구는 꺾은 꽃을 엮어 내 손가락에 감아주었다. "짠! 꽃반지야." 하고는 멋쩍은 웃음으로 웃는 친구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꽃이 발그레하게 피어있는 그 반지는 참 예뻐 보였다. 꽃반지를 낀 손을 노을 진 하늘 위에 대어보니 더 빛났다. 나를 생각해주었던 그 친구의 마음과 따스함이 그 반지를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해 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꽃반지를 책상 위 서랍에 고이 넣어두었다. 며칠 안되어 꽃은 시들어 버렸지만 추억은 서랍 속에 고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가끔 길가에 핀 풀꽃들을 보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어른이 되면 어릴 적 순수함이 퇴색된다고 하지만 가끔씩 떠오르는 그 감정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웃음이 지어지는 걸 보면 퇴색되기보다 잠시 덮여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상 위 서랍 고이 넣어둔 꽃반지처럼 우리의 순수함도 잠시 그곳에 담겨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전 15화 여름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