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시시각각 바람과 햇살을 입고 물든다.
여름 내내 싱그러움으로 가득 찼던 초록빛 잎사귀들이 자신들의 속도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물들이고 그 시간이 담긴 색들이 피어 가을이 된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 색에 감탄하고 그 신비함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그래서 매년 맞이하는 가을은 새롭고 또 새롭다.
햇살이 나무에 팔레트를 펼치면 가을이 온다. 이 계절을 오래도록 즐기고 싶지만 선선해진 바람에 낙엽이 떨어질 때면 아쉬움이 마음속에 세차게 불어온다. 가을 탄다는 친구의 말에 왜 우리는 이 맘쯤이면 쓸쓸한 마음이 드는 것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우리 곁에서 당연하게 피워냈던 꽃과 나뭇잎들이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미련 없이 작별하니 우리는 그 갑작스러운 기약에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갔나 싶은 씁쓸함이 밀려든 것이 이유이지 아닐까 싶다.
아름다움이 바닥으로 뒹굴러 작은 모래알같이 작아질 때 앙상한 나뭇가지로 꿋꿋이 남아 있는 그 나무를 보자면 몇 개월 뒤면 나이 한 살 더 먹게 될 내 현실과 이 지구상에 사는 모든 것들에게 시간은 참 공평하고 무섭구나 하는 헛헛한 마음과 미련 없는 단풍잎에게 남은 내 아쉬움이 가을이라는 계절에 감정을 남긴다.
헛헛한 마음을 뒤로하며 올해 가을도 보았으니 내년에 올 밝은 봄도 기쁘게 맞이 해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다음을 기약하고는 공원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앞으로 맞이 할 계절들을 위해.